글로벌 각국의 외교 현안이 치열한 가운데 한일 양국은 내년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주지하다시피 한국과 일본은 유사 이래로 정치·군사·사회·문화·경제적 교류를 주고받았으며 모든 분야에서 상호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지금도 반일·반한 감정 등 양국 갈등요인이 남아 있지만 경제적으로 일본은 한국에 있어 제3위 수출국이자 제2위 수입국이다.
일시적 부침은 있었으나 양국 수교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은 경제 분야에서 경쟁과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경제 분야 중에서도 특히 ICT산업은 양국관계의 변화 및 성숙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과거 일본 제품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1960년대 이후 매우 정교하고 정밀한 전자제품에 휴대형 게임기부터 자동차, 기계류 등 일본제품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인지도는 매우 높았다. 유명 영화 `백 투더 퓨처`에서 브라운 박사가 일본 부품을 썼으니 고장이 잘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일본 제품의 성능은 정평 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TV 등 전기·전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IT가 적용되면서 일부 분야에선 한국이 절대적 우위를 보이기에 이르렀다. 특히 2차전지의 한 종류인 리튬전지 부문에서도 종주국인 일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과거 1980년대에 ICT 제품 및 서비스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떨친 바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적 경기불황 속에 현재 일본 ICT 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위기를 맞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IT산업 육성 정책을 바탕으로 글로벌 IT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4년 연속 정보통신발전지수(ITU) 1위를 차지했고 전자정부지수에서도 1위를 거머쥐면서 IT강국으로서 국제 경쟁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산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중국은 알리바바, 바이두 등 신흥 IT기업들을 앞세워 한국 IT산업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리지만 ICT 분야에서 만큼은 ‘멀어 보이지만 가까운’ 고민을 안고 있다. 한국은 지금껏 쌓아온 IT강국의 입지가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5월 ‘세계 최첨단 IT 국가 창조’ 전략을 내놓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옛 명성을 되찾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IT 중심국가 이노베이션 추진으로 최근 일본에서는 부동산·자동차·섬유 등 주요산업에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미래기술 분야인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관련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으며, 현재 100억대 수준인 사물인터넷 디바이스의 생산량을 2020년에는 500억대로 늘릴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모바일,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통신, 방송, ICT 융합 등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분야의 양국 간 협력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도쿄와 오사카에서 열리는 ‘코리아 ICT 플라자 인 재팬(Korea ICT Plaza in Japan)’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내년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이러한 ICT 협력 유망 분야 발굴 및 선제적 대응이 향후 50년간 양국 비즈니스 협력을 위한 새로운 토대를 닦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김성수 KOTRA 전략마케팅본부장 sskim@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