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30>스마트폰, 우리 시대의 신(神)

[이강태의 IT경영 한수]<30>스마트폰, 우리 시대의 신(神)

스티브 잡스가 한 입 베어 먹은 사과를 애플의 로고로 만들었을 때 과연 그 의미가 뭐냐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전기를 보면 특별한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창세기에서의 사과, 뉴턴의 사과, 잡스의 사과로 이어지는 인류 역사 속 사과는 인간들이 신의 영역을 기웃거려서 뭔가 훔쳐 올 때 열쇠 같은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애플의 파인애플(베어 먹은 사과라 해서 농담으로 부른다)은 내가 사과를 베어 먹었다고 분명하게 표시하고 있다. 유혹에 넘어 가서 먹은 것이 아니라 내 의지로 먹었다는 것을 당당하게 의미한다. 얼마 전 팀 쿡 CEO가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것도 어쩌면 가톨릭에서 인정하지 않는 영역을 넘어섰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애플 아이폰6가 대단히 성공적인 제품으로 보인다. 신제품에 대한 호응이 좋은 것을 보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애플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조금 대란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밤새 줄서는 풍경을 연출한 것은 일단 흥행에 성공했음을 말해준다. 애플의 성장세는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받는 스마트폰에 대한 열광적인 인기와 비례한다.

왜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그토록 열광하는가? 그것은 스마트폰이 우리가 애지중지하던 모든 신변잡기를 제압하고 새로운 강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젠 생활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다 되고, 역설적으로 스마트폰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되도록 돼버렸다.

예전 피처폰도 생활의 이기이긴 했지만 검색기능과 메신저 기능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스마트폰 단계에 이르러서는 예전의 소형 컴퓨터 용량을 초과할 정도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집에 있는 PC와 거의 동일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 폰을 간단하게 손으로 들고 다니게 됐으니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 4500만대의 스마트폰이 깔렸다. 간단하게 거의 모든 경제활동인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스마트폰 이용형태 조사 보고에 따르면 일 평균 12.3회 들여다보고, 일 평균 94분 사용한다. 20대로 내려가면 134분이다. 청소년층에서는 스마트폰 중독 얘기가 나올 정도다. 성인들도 이보다 더 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생활이라는 것이 복잡한 것 같아도 대별해 보면 뻔하다. 집에서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잠을 깨고, 스마트폰으로 지하철을 타고, 편의점이나 커피숍에서 스마트폰으로 아침을 사고, 뉴스와 이메일을 검색하고, 점심 맛집을 검색하고, 오후에 게임하고, 술집 약속 잡고, 친구들과 채팅하고, 만나서 떠들고, 퇴근해서 쇼핑하고, 다시 검색하다가 음악을 들으면서 잠자리에 든다. 이 모든 생활이 스마트폰의 도움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니 없으면 난리가 난다. 다시 스마트폰 이용형태를 보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능이 메신저, 인터넷, 통화의 순이다. 이 모든 기능들이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기능들이다. 잠시 생각해 보자. 인류 역사에 하나의 장비에 우리의 생활이 이렇게 엮이게 된 적이 있던가?

얼마 전 KTX를 탔다. 옆에서 두 살이 채 안 된 애가 울어대는데 엄마가 달래려 해도 막무가내였다. 앞자리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애들 영어 노래를 동영상으로 틀어 주자 애가 갑자기 조용해 졌다. 어떻게 그런 앱을 가지고 다니시냐고 물었더니 손자가 좋아해서 넣어뒀던 것이란다. 80대 노인이 스마트폰으로 두 살난 애의 요구(니즈)를 정확히 맞춰주는 것을 보고 내심 크게 놀랐다. 그래서 주위를 살펴봤더니 객실 내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도 KTX와 똑같았다. 정류장에서도 거리에서도 음식점에서도 커피숍에서도 자는 사람 빼고는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는 사람조차 이어폰을 낀 채 자고 있었다. 도대체 이 괴물은 무엇인가? 모든 국민이 한시도 손에서 떼지 못하는 이 괴물이 도대체 무엇인가? 없으면 사람을 폭력적으로 변하게 하는, 애지중지해서 가죽 케이스로 잘 싸서, 항상 손으로 고이 모시고 다녀야 하고, 잠 잘 때에도 머리맡에 모셔 두어야 하고, 배터리가 방전되면 인류 종말이 다가 오는 것처럼 안절부절하게 하는 이 괴물단지는 무엇인가? 사람이 스마트폰을 쓰는 것인가? 아니면 스마트폰이 우리를 바쁘게 부리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마트폰을 모시고 있는 것은 아닌가?

캔터베리 대주교였던 안젤무스가 “‘존재하는 것 중에 가장 위대한 것’ ‘인간들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들의 정점은 신(神)”이라 했다(철학자 김용규,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지은 죄를 고백하고, 간절하게 간구하고, 위로 받고, 결정하기 전에 항상 여쭤보게 됐다. 어느덧 스마트폰이, 애플의 사과가 신의 영역에 또 한 걸음씩 걸어 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는 잘 모르지만 큰소리로 떠들면서 스마트폰을 높이 치켜들고 뒤따라가고 있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