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테크놀러지, 하버드 대학 메디컬 스쿨과 손잡고 뇌 수술 로봇 개발 착수

3차원 검사장비 기업 고영테크놀러지가 미국 하버드대학과 뇌수술 장비를 공동으로 개발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하버드 메디컬 스쿨이 의료 기기 기업이 아닌 국내 산업용 장비 업체에 러브콜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세계 3D 검사장비 시장을 장악한 고영테크놀러지가 의료 장비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됐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영테크놀러지(대표 고광일)는 하버드 메디컬 스쿨 산하 보스턴 브리검여성병원(BWH)과 3D 계측 기술을 활용한 영상유도 수술 장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양측은 뇌·척수 등 신경외과 정밀 수술용으로 2016년 상반기 세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조만간 임상실험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하버드대학에서는 베테랑 의료진을 프로젝트 전면에 배치했다. 하타 노부히코 BWH 박사 연구진과 알렉스 골비 BWH 신경외과 박사가 이번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하타 박사는 하버드 메디컬스쿨 부교수이자 미국 영상유도치료센터의 수술용 내비게이션·로봇공학 연구소장이다.

고영테크놀로지는 인쇄회로기판(PCB)용 3D 인쇄검사기(SPI)를 생산하는 업체로 세계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기존 2차원(2D) 검사장비가 주를 이루던 시장 판도를 3D로 바꾼 ‘게임 체인저’다. PCB 부품 실장상태를 검사하는 3D 부품실장검사기(AOI)뿐 아니라 반도체용 초정밀 3D SPI도 개발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의료 기기 시장 진출은 지난 2011년 한양대학교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의료영상기반 이비인후과 및 신경외과 수술용 최소침습 다자유도 수술로봇 시스템 기술개발’ 과제에 참여하며 시작됐다. 기존 장비 업체들이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해 응용 부문에 치중한 것과 달리 고영테크놀러지는 원천 기술부터 개발해 창업한 독특한 이력을 보유했다. 산업용 3D 비전 기술을 비교적 수월하게 의료 기기에 응용할 수 있었던 이유다.

고영테크놀러지는 국책 과제를 진행하던 중 하버드대학 연구진과 인연이 닿았고, 공동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양측은 지난해까지 세부안을 조율하고 연초 비밀리에 공동 개발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기존에 강점이 있는 3D 검사기술뿐만 아니라 로봇 공학과 의료 관련 기술 개발도 꾸준히 진행해 현재 국내 73건, 해외 23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국내 특허 출원건 중 25건이 등록 완료됐다.

고광일 사장은 “한양대학교, 미국 하버드대학, 일본 규슈대 등 여러 대학과 연계해 다양한 의료 장비를 개발 중”이라며 “조만간 임상실험을 시작하고 이르면 2016년 상반기에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