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결합상품 판매경쟁이 격화되면서 유료방송이 사실상 공짜 서비스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통신업계가 IPTV 서비스를 무료 또는 저가에 끼워팔기식으로 제공하면서 유료방송이 점차 ‘미끼상품’으로 인식돼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12일 “지난 2009년 결합판매 요금적정성 심사 면제율이 30%로 확대되면서 유료방송 시장이 결합상품 중심으로 재편됐다”며 “IPTV 3사와 지속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한 CJ헬로비전을 제외한 모든 케이블TV사업자의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업계는 통신시장의 지배력이 유료방송 시장을 침식하면서 공정 경쟁 환경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프로그램 사용료를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 7월 방송 콘텐츠 산업에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PP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지만, 방송 상품이 저가로 고착돼 프로그램 사용료 증가 수준은 사실상 기대 이하”라며 “상품 약관과 관련해 정부가 안이한 행정 처리로 일관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고 토로했다.
방통위가 통신사의 ‘유선상품 무료 제공’ 등 금지행위를 적발하고도 사후 규제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는 지난 2012년 한 통신사의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행정권고를 취했지만 사후 규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면서 “통신사·대리점은 아직도 방송, 인터넷 공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특별법(단통법)’ 시행에 따라 이동통신 보조금이 유선 상품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우려됐다. 보조금 상한선 탓에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결합상품 혜택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의 방송 공짜 마케팅은 공정 경쟁 환경을 해치고 경쟁 업계를 배제하는 행위”라며 “정부가 요금적정성 심사 규정을 현실화하고 결합상품 내부 보조를 견제하는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4·27일 각각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인터넷과 유·무선 전화를 엮은 결합상품에 방송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부당한 이용자 차별”이라며 “결합상품을 통한 과도한 할인 등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영업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가 간섭하기 어렵지만 미래부와 협의해 바로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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