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성을 갖춘 인재에 투자하고 최고의 연구장비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론 시카노바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교수(2004년 노벨화학상 수상)
“장기적인 연구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고 한가지 분야에 올인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토드 클레손 스웨덴 챠머스대 교수(전 노벨물리학상 심사위원장)
12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개막한 ‘2014 세계과학한림원서울포럼(IASSF)’에 참석한 노벨상 수상자들은 한국이 노벨상을 수상하려면 기초연구에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디에서 어떤 연구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론 시카노바 교수는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스라엘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방향을 빗대 설명했다.
시카노바 교수는 “이스라엘 정부는 사람과 장비라는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투자한다”며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인재들이 박사 과정을 마치면 들어올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춰준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은 우월성(excellence)을 평가하는데 세계적인 연구동향이나 추세 등과 관계없이 해당 연구자가 연구하는 분야의 우수성만 본다”면서 “장비는 이스라엘 내의 연구자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의 연구장비로 기반(infrastructure)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토드 클레손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획기적인 발명이나 발견이 우연한 기회에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과를 알 수 없는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클레손 교수는 “회사는 단기적인 이익도 고려해야 하지만, 장기적인 비전도 봐야한다”며 “국가의 연구도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가지에 올인하면 안되고, 다양한 분야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 협력연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과학은 국제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다양한 나라의 기술과 문화를 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우수장비가 있으면 외국 학자 유치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시카노바 교수는 “예를 들면 이스라엘에 ‘고자기장센터(NHMFC)’가 없는데 한국에 이 연구시설이 있다면 우수 인재들이 한국에 와서 자연스럽게 공동연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우수 학생과 교수들을 많이 영입해서 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과학자들이 한국에 왔을 때 자녀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 등의 제반 여건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학생들의 적극적인 성향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시카노바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교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하는데, 자기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질문하는 문화가 부족한데, 가정에서 부모가 학생을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바르 이예버 미국 렌슬러공대 명예교수(1973년 노벨물리학상)는 “한국에서 여러번 강의했는데, 아무도 질문하지 않고 같은 자리 있던 인도 학생만 질문했다”며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