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한국에 R&D 센터 설립...파상공세에 기술 유출 우려도

중국 화웨이가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

지난해 한국 무선 통신장비 시장 진입과 올해 스마트폰 출시에 이어 R&D센터까지 한국에 설립하면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한국시장 공략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한중 FTA 타결로 중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용이해진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화웨이 스마트폰의 파상 공세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국내 통신사에 네트워크 장비 공급으로 통신 보안문제가 불거진 데 이어 R&D센터 설립 후 국내 제조사 인력 채용으로 한국의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 관련 핵심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케빈 호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핸드세트 부문 대표는 12일 “한국에서 R&D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곧 완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센터를 설립할 모든 준비가 끝났지만 센터 위치와 채용 인원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주면 더 큰 규모로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호 대표는 “화웨이는 매년 수익의 10%가량인 30억~50억달러를 R&D에 투자하고 있고 그 중의 10%인 3억~5억달러는 미래 기술 연구에 투입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디자인, 하드웨어 스펙, 소프트웨어 기능 등을 꼼꼼히 따져봐 R&D센터를 개설하면 화웨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화웨이의 국내 R&D센터는 세계 최고 수준 국내 스마트폰 제조와 통신 장비 기술 습득이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화웨이의 국내 R&D센터 설립 소식에 통신장비 업계에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화웨이는 지난해 LG유플러스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 이동통신사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진출했지만 통신 보안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센터 설립은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고, 다른 통신사와 밀착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위한 다중 포석으로 풀이됐다.

국산 통신장비 업계는 이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화웨이가 통신사 유선장비 시장에서는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장비 업체 대표는 “어느 입찰을 가든 저가를 앞세운 화웨이에 밀려 고전할 수밖에 없다”며 “이윤을 포기하고 국내 장비 시장 평판을 높이려는 시도에 정상적인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중 FTA 체결이 국내 업체에 기회이기도 하지만 안방에선 위기이기도 하다”며 “화웨이가 R&D 센터를 세우고 국내 앞선 기술과 인재를 선점하면 국내 통신장비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비업계 다른 관계자는 “통신 장비에서 시작해 스마트폰까지 국내에서 전사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 화웨이 목표”라며 “R&D센터가 단순 연구조직이 아니라 국내에서 영업과 유통망 확대 등 전반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어 좀 더 노골적인 화웨이의 파상공세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