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이나 케이블로 전력을 공급받지 않고 무선으로 달리는 경전철이 대만에서 시범 운행을 시작한다고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와 대만이 무선 경전철 최초 상용국가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무선 경전철 기술 개발을 완료, 지자체와 상용화 협의가 진행 중이다.
5억4000만달러(약 5916억원) 규모의 이번 대만 무선 경전철 프로젝트는 2017년에 완성될 예정이다. 첫 개통 도시는 대만 제2의 도시 카오슝이다. 대만의 새로운 도시 경전철 시스템은 달리는 열차 위에 널려 있던 전선을 없앤 게 특징이다. 기존 경전철은 복잡하게 얽힌 전선으로 전기를 공급 받아 운행됐다.
개발된 경전철은 고에너지 충전 기술을 이용해 전동차가 각 역에 설 때마다 급속 충전이 이뤄지는 원리다. 각 전동차에는 전력을 모았다가 필요할 때마다 방출하는 ‘에너지 뱅크’ 역할을 하는 ‘슈퍼커패시터’가 달려있다. 슈퍼커패시터는 배터리보다는 에너지를 적게 저장한다. 그러나 배터리보다 10배 빨리 충전 돼 전동차가 각 역에 서는 20초 남짓의 순간에도 바로 충전이 되도록 설계됐다.
대만은 무선 충전 경전철을 생산하기 위해 스페인의 기차 생산업체 카프(CAF)가 가진 기술을 채택했다. 카프가 개발한 슈퍼커패시터는 열차가 케이블 연결 없이도 약 1400m를 왕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경전철에서 각종 케이블이나 전선이 사라지면 운영비용 절감 효과가 높다. 특히 고속 경전철은 전선이 자주 마모되기 때문이다.
도시 경관 상에도 좋다. 복잡한 케이블 더미가 사라져 터널을 더 낮고 좁게 뚫을 수 있어 건축비도 낮아지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준다. 감전사고 위험도 낮아진다.
카프측은 무선은 유선보다 전력을 30%가량 덜 소모한다고 설명했다.
대만에서는 5마일(약 8㎞)씩 14개 정거장을 시작으로 지난 주말 시범 운행의 테이프를 끊었다.
무선 운행 경전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카프는 지난 2011년 스페인, 영국, 헝가리 등에서 경전철을 시연용으로 운행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