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제조업 위기와 한중 FTA

[데스크라인]제조업 위기와 한중 FTA

우리나라에서 무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내수시장도 좁기 때문에 원자재를 수입해 부품과 완성품을 만들고, 이를 수출하는 것이 국가의 부를 키우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관세 등 외국의 보호무역 장벽은 우리나라 부의 원천인 수출을 늘리는 데 걸림돌이 되곤 한다.

그동안 정부는 외국의 관세 장벽을 없애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적극 임했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지난 10일 중국과 FTA를 체결, 3대 경제권으로 경제영토를 확대했다.

세계에서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은 나라는 칠레, 페루에 이어 우리가 세 번째다. 2002년 칠레와 FTA 타결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EU 등 47개국과 9건의 FTA 협정을 체결했다. 콜롬비아, 호주, 캐나다, 중국 등 4개국과 타결한 FTA 5건도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FTA를 체결한 국가의 경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3%에 이른다.

그런데 이번 한중 FTA에 색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과거 FTA는 국내 산업을 무너뜨린다는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한중 FTA는 다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적극적인 협상으로 개방 폭을 높이지 못하고 수비적 태도로 일관해 FTA로 얻을 기대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액정표시장치(LCD), 철강 등 일부 품목이 양허나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해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을 상대로 주력 수출산업의 혜택을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지 공장 설립 등으로 실익이 없는 자동차·LCD 산업에서 공세적 이익을 꾀하기보다는 농수축산물 분야의 우려를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철저하게 이익균형으로 접근한 것으로 전략적 가치 측면에서 바라봐 달라는 주문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워낙 큰 시장이고 위협적 요소가 많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높지 않은 수준으로 체결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FTA에 따른 교역 증가 이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생산시설을 현지화했다는 이유로 FTA 우선순위에서 배제된다면 국내 대기업의 선택은 지속적인 해외 투자 확대뿐이다. FTA 체결 시 기대효과 우선순위로 꼽히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도 기대하기 힘들다.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한국의 제조 기반은 계속 약화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FTA가 한국을 빠르게 따라 잡고 있는 중국의 제조업이 한국 시장 잠식을 가속화하는 고속도로가 될 수 있다.

FTA의 그늘도 살펴봐야 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무역의존도(GDP 대비 수출입총액)는 109.9%에 달한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30.4%), 일본(31.3%), 프랑스(57.1%), 이탈리아(59.3%), 영국(65.2%)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GDP 규모인 캐나다(62.8%), 호주(40.8%), 스페인(64.6%), 멕시코(67.7%)보다 훨씬 높다.

지나친 무역의존도는 대외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FTA 체결 확대에 못지않게 구조적으로 내수 비중을 키울 방안을 깊이 고민할 때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