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충전기를 설치한 주차구역에는 해당 전기차만 주차하게 되는 건가요?” “충전기를 설치하면 아파트 주민들이 공동으로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최근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모 아파트단지 입주자 대표회의 때 전기차 구매를 희망하는 한 입주민의 질문 내용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민간 보급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 대다수가 이 같은 의문을 갖고 있다. 민간 보급에 참여 중인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 역시 전기차 구매 관련 가장 많은 민원이 전기차 이용자가 충전을 위해 전용 주차장을 내주는 것에 불만이 몰린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함께 충전요금을 전기차 소유자가 아닌 모든 주민이 부담하는 공동요금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오해가 전기차 민간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충전요금이 아파트 주민 전체의 공동요금이라는 오해는 완속충전기에 별도 계량기가 설치되기 때문에 전기차 이용자 개인이 부담한다는 사실을 일일이 찾아가 설명해 주면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 문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다른 도시에 비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비율이 높고, 자동차가 포화상태를 넘어 주차난까지 겪는 서울은 전기차와 충전기로 인한 전용 주차공간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전기차 보급에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충전기 설치 및 전용 주차공간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을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서울시는 전기차를 이용한 셰어링 서비스 사업을 지원해왔다. 전기차 셰어링은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듯 전기차를 ‘소유’하는 대신 공동으로 ‘이용’함으로써 공유경제를 활용하는 것이다.
셰어링용 차량 한 대는 열 명이 각자 차를 한 대씩 총 열 대를 구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해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며, 셰어링 이용자의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 셰어링 이용자 수와 이들의 만족도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서비스질도 점차 향상되는 추세다.
이러한 전기차 셰어링 원리를 기반으로 충전인프라에도 셰어링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한 아파트단지에서 10명이 전기차를 구입하면, 이들에게 각각 충전기와 전용주차구역을 주는 대신, 이들 전체에게 3∼5기 정도의 충전기를 제공해 공유하게 하거나 아파트 입주민 전체에 충전기를 주고 관리사무소가 충전기를 관리하며 전기차 구입자들에게는 일정한 비용을 내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충전기 셰어링 방식은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전용주차구역 제공에 따른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전기차 구입자들에게는 충전기 유지관리비용 등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이사갈 때 별도 비용을 부담해 충전기를 옮길 필요까지 없애준다. 국가차원에서도 충전기 보조금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며 절감된 예산으로 식당가·카페·영화관·공원·운동경기장 등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에 충전인프라를 구축해 이용자 접근성도 확대할 수 있다. 결국 전기차 산업이 활성화돼 전기차 기술이 발전하면,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문제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은 전기차 이용자가 보통 하루에 40∼50㎞ 정도밖에 주행하지 않기 때문에 매일매일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두 번만 충전하면 된다. 이 때문에 충전기 셰어링은 더욱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시민이 절반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고 구입하는 전기차와 달리 충전기는 정부가 모든 비용을 보조해 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충전기 셰어링 제도는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강희은 서울시 친환경교통과장 heeeun.kang@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