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미디어로 떠오른 초고화질(UHD) 방송 시장을 선점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UHD 활성화 정책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오는 2020년까지 유료방송을 중심으로 4K(3840×2160)·8K(7680×4320) UHD 방송을 대중화한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주파수 대역 폭이 부족해 UHD 방송을 송출할 수 없는 지상파 방송을 대신해 유료방송을 핵심 UHD 플랫폼으로 활용할 방침을 세웠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상파 방송사가 700㎒ 대역 주파수를 요구하며 정부·통신사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는 탓에 정부가 UHD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최근 배포한 ‘4K·8K 로드맵에 관한 팔로업 모임’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4K·8K 해상도로 시청할 수 있도록 오는 2018년까지 UHD 방송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내년 3월 위성방송을 시작으로 케이블TV, IPTV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순차적으로 4K UHD를 상용화하지만 지상파 방송은 별도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일본 넥스트포럼 관계자는 “지상파 UHD 방송에 할당할 주파수 대역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산악 지형이 많아 전국을 송출 커버리지로 삼기 어렵다”며 “한국에서 이슈가 된 700㎒ 대역은 이동통신 서비스에 배정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700㎒ 대역 가운데 60㎒ 폭을 이동통신 서비스에 할당했다. 보호대역을 제외한 나머지 25㎒ 폭은 지능형교통체계(ITS)에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을 제외한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UHD 상용화 정책을 수립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일본이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지상파·유료방송 사업자 간 협력으로 UHD 시장 공략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 700㎒ 주파수 할당 문제로 사업자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국내 UHD 기술을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가전 제조사, 방송채널사업자(PP) 등과 함께 ‘올포원(All-4-One)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UHD 콘텐츠 생태계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주파수 할당이라는 암초에 걸려 장기적 로드맵은 수립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본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일본 지상파 방송사는 콘텐츠를 제작·수급하며 UHD 상용화를 추진하는 유료방송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무작정 UHD 상용화를 서두르는 것보다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양질의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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