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 총 123층, 555m 높이로 건설되는 이 건물로 인해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완공하면 국내 최고 높이의 랜드 마크는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일곱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된다. 엄청난 규모 외에 석촌호수 물 빠짐과 싱크홀 발생 등 공사과정에서의 문제, 개장 후 발생한 건물 균열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기술영향평가 결과 초안을 발표해 주목된다.
◇빠르게 늘어나는 초고층 건축물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면적이 제한적인데 반해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면서 갈수록 건물의 집적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건축기술이 발달하면서 세계적으로 초고층 건물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초고층 건축물이라 함은 높이 200m 이상 또는 50층 이상인 건축물을 뜻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고층건물 100개의 평균 높이를 보면 1930년 155m였던 것이 1980년대 229m로 높아졌고, 지난 2012년에는 352m까지 치솟았다.
300m 이상 높이의 건물 개수도 1930년에는 1개뿐이었다. 하지만 1990년에 13개, 2000년에는 그 두 배인 26개로 증가했다. 2012년에는 86개로 급증했다.
초고층 건물이 급격히 늘어나는 요인 중 하나로 20세기 국가 간 경쟁 시대에서 21세기 도시 간 경쟁 시대로 바뀐 것이 꼽힌다. 도시의 랜드 마크로 초고층 건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도시들은 도시 경쟁력 강화와 이미지 향상을 위해 초고층 건축물 건설에 나서고 있다. 관광 상품으로 활용해 경제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 부르즈 할리파(828m), 대만 타이페이101(508m),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452m) 등이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들이다.
최근 발전한 신흥도시들도 대부분 랜드 마크격의 초고층 건물을 건설한다. 중국의 경우가 단적인 예다. 상하이 월드파이낸셜센터(2008), 난징 그린랜드파이낸셜센터(2010), 광저우 국제금융센터(2010) 등 중국의 신도시에는 400m가 넘는 초고층 건물이 새로 지어졌다.
앞으로도 초고층 건물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건물 디자인 역시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건설 기술의 지속 발전과 초고속 엘리베이터 기술, IT 기술을 접목한 빌딩관리 등으로 안전성과 편의성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초고층 건축물의 이면
초고층 건물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스톱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도심의 랜드 마크로서 도시 경쟁력을 높이지만, 그 이면에는 주변지역 교통 혼잡, 재난안전, 에너지 비효율 등의 문제점을 일으킨다.
먼저 기술·경제적 측면에서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유동인구와 관광객 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긍정적 영향이 있다. 첨단 건설소재 기술 발달과 파생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하지만 초고층 특성상 기술적으로 완벽한 화재와 테러 대비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일정 이상 높이의 건물을 건설하려면 건축비가 급격히 상승하고, 유지·관리 비용 역시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환경 측면에서도 장·단점이 공존한다. 초고층 건물은 보통 50~100년까지 긴 수명을 예상하고 설계하기 때문에 수명이 통상 30년인 일반 건물보다 노후화가 지연되는 효과가 있다. 도시 인구 수용 고도화로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반면에 자연환기가 어렵고, 커튼월 구조로 인한 열 손실이 많아 에너지 소비가 증가한다. 건물 규모 상 풍력이나 태양광 등을 설치하기에는 비용이 엄청나서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적용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사회·문화 측면에서는 주변지역에 대한 문제가 있다. 지역 랜드 마크로서 상징성이 있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데 보탬이 된다.
그러나 건설 과정에서 지하수 유출 등으로 이한 주변 지반침하 우려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주변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아 자칫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정확한 연관성을 밝히지 못했지만, 제2롯데월드 건설과정에서도 석촌호수 수위 감소, 주변 싱크홀 발생 등의 현상이 벌어졌다.
일조권이나 조망권, 통풍방해, 빛 반사, 교통체증 유발 등의 피해도 유발한다.
때문에 초고층 건축물 건축계획 수립부터 각종 부작용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KISTEP은 기술영향평가를 통해 △전주기적 기술개발 정책추진으로 투자효과 극대화 △도시계획 및 공공성 확보 등 종합적 검토에 기반을 둔 인·허가 정책 수립 △동일 지역민 이해 조정체계 강화 및 위화감 해소 유도 △초고층 건축물 관련 법·제도의 정비 △친환경·에너지 효율적 통합 유지·관리체계 수립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기술영향평가는 관련부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다음 달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
권건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