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초고화질(UHD) 방송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국내외 기술 표준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방송을 위한 기반 인프라를 해외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방송에 집착하기보다는 콘텐츠 제작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A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UHD 시험방송에 2009년 유럽에서 제정된 표준(DVB-T2)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고립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내년 말 미국에서 나올 예정인 새로운 표준(ATSC 3.0)을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700㎒ 대역 중 재난망 주파수만 분배하고 나머지 주파수는 내년 ATSC 3.0 표준이 나온 뒤 분배해도 늦지 않다”면서 “지금부터 1년 남짓한 기간을 기술 및 표준을 검증하는 데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표준뿐만 아니라 기술적 시각에서도 UHD 방송을 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9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방송장비전시회(IBC)에 가보니 소니 등 장비업체 중심으로 UHD 방송 바람몰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UHD 방송은 실적 올리는데 급급한 장비업체들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대 교수 역시 “우리나라는 TV만 있고 카메라 등 UHD 방송을 만들기 위한 장비는 일본 등 대부분 해외에 있다”면서 “제작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그 부담은 시청자가 지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방송 송출에 집착하기 보다는 상대적 우위를 지니고 있는 콘텐츠 제작 능력을 활용, UHD 전용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직접 수신율이 5~6%에 불과한 UHD 방송을 내보낸다는 명분으로 주파수를 달라고 해선 안 된다”면서 “그보다는 UHD용 콘텐츠를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