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이끌 한국의 메이커스]이동엽 아나츠 대표

“지금 3D프린터 열풍이 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돈을 벌까하는 생각들만 넘쳐납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에게 직접 만드는 데서 얻는 재미를 알려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창조경제 이끌 한국의 메이커스]이동엽 아나츠 대표

7월에 직접 개발한 3D프린터를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 이동엽 아나츠 대표의 소신이다.

이 대표가 3D프린터 회사를 설립한 것은 단순한 이유에서다. 그가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존 회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에게 아나츠는 첫 회사가 아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업 경험이 있고,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다.

이 대표는 20대에 캐나다 게임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올랐지만, 30살이 되자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에 나섰다. 그때부터 UI·UX 개발, 게임·앱 개발 등 다양한 일을 했다. 그러다 대기업과의 제휴 사업이 어긋나면서 잔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고 다시 시작한 아이템이 3D프린터다. 집에 건담방이 있을 정도로 만들기를 좋아하던 취미가 일이 된 것이다.

이 대표는 “기존 회사가 어려워지고 나서 다시 원점으로 가기위해 혼자가 됐다”며 “메이커로서 취미와 일하면서 쌓은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기술을 접목한 사업을 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디자이너 출신의 코딩하는 엔지니어”라며 “마음만 먹으면 뭐든 혼자 할 수 있는 게 장점이고, 그래서 3D프린터도 양산 전 단계까지 혼자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사업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내에 3D프린터 업체 중 직접 설계한 제품을 파는 곳은 많지 않다”며 “해외 제품 도면을 참고해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3D프린터 업계와 여러가지 일을 하던 중 지난해 늦여름쯤 직접 설계한 3D프린터 개발을 도울 수 있으니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실망하다가 직접 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의지를 다잡으니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는 “올해 1월 1일에 빈 컴퓨터지원설계(CAD) 화면에서 시작하면서, 6개월 안에 시제품과 양산까지 마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계획대로 6월말 양산 마치고, 7월 1일에 사업자 등록하면서 아나츠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홍보도 제대로 못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아나츠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서서히 늘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이제부터는 3D프린터를 개발한 근본적인 이유인 만들기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이 대표는 “조만간 3D프린터 교육장을 오픈한다”며 “3D프린팅을 위해 자격증을 따고, 몇백만원씩 지불하는 그런 수업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3~4만원내고 몇 시간 배워서 아기 장난감이나 애인 선물을 만드는 수업을 하겠다”면서 “무리해서 교육장을 만드는 이유는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을 남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서”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꿈이 크다’는 이 대표는 앞으로 3D프린터로 만드는 콘텐츠 사업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클라우드 기반의 3D프린터 생태계까지 만들고 싶다고 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