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이란 개념은 우리 인간이 절대적인 시간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다. 이는 상상으로 그려낼 수 있을 뿐 결코 실현될 수는 없다. 지금은 영화, 소설 등을 통해 보편화되었지만, 시간 여행을 가능케 해주는 장치인 타임머신은 영국의 소설가 허버트 웰즈(Herbert G. Wells)의 1895년 소설 ‘타임머신’을 통해 대중의 상상력 속에 자리잡게 됐다.
시간 여행을 꿈꾸는 인간의 상상력은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됐다.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 대서사시인 ‘마하바라타’에는 라이바타 왕이 세상을 창조한 천상의 브라마를 만나고 돌아오니 엄청난 세월이 흘러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 묘사된 시간 여행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이야기다. 얼마 전 개봉한 4D/아이맥스 영화 ‘인터스텔라’는 웜홀을 통해 공간과 시간을 이동하는 이야기를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낸 놀라운 스펙터클과 함께 보여준다.
그러나 불행히도 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끊임없이 묘사되어온 시간 여행은 아인슈타인 이후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과학적, 철학적 논증에도 불구하고 시간 여행, 최소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디지털 기술에 의해 구현되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은유 수준이라고 평가될지 모르지만, 애플 맥(Mac)의 타임머신 기능이 그런 예다. 타임머신 기능을 설정하면, 하드디스크에서 변경되는 내용이 모두 복사돼 외장 하드디스크에 시간 순서대로 기록된다. 특정 시점의 하드 디스크 상태로 되돌리고 싶으면 그 시점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그 시점의 컴퓨터 환경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백 투 더 퓨처’
맥의 타임머신이 은유적 수준이라면, 올해 초 구현된 구글 스트리트 뷰(Street View)의 타임머신 서비스는 좀 더 진전된 경험을 제공한다. 서비스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이제까지 구글 스트리트 뷰는 최신 거리 모습만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제 스트리트 뷰 창 왼쪽 상단의 시간 축에서 특정 시점을 클릭하면 그 시점의 거리 모습을 볼 수 있다.
원래 스트리트 뷰는 가상적인 대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스트리트 뷰를 보면서 그 곳에 있다는 착각을 경험한다. 어렸을 때 살던 시골의 모습을 가보고 싶다면 스트리트 뷰를 켜면 된다. 그곳을 보면서 어렸을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가지지만, 이런 현전감은 장소 이동의 경험일 뿐이다.
구글 스트리트 뷰는 장소 이동을 넘어 시간 여행이라는 가상적 경험을 제공한다. 시각적으로 보는 실제 과거의 과거 모습은 상상적으로 그려내던 과거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몰입감과 ‘시간 이전감’을 제공한다.
구글 검색에서 특정 기간을 설정하면 그 기간 동안의 검색 결과만을 보여준다. 마치 그 시점에 검색을 하는 것처럼. 데이터 과학자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보가 우리 삶의 세계가 되는 이 시대에 정보 세계의 시간 전환은 또 다른 시간 여행이다.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우리의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해주는 도구다. 현대 디지털 정보 기술은 거리의 한계 극복을 넘어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타임머신은 상상을 넘어 ‘사실상’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leej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