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확대되는 기초연구 예산 비중, 알고보니 ‘속 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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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체 연구개발(R&D) 예산 중 기초연구에 투입되는 비중이 지속 늘고 있지만 실제 집행은 따라가지 못 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판단, 협의를 거쳐 2016년 예산 편성 시 개선 방안을 적용할 방침이다.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예산 편성 시 기초연구비 비중은 최근 4년 동안 4.3%포인트(P) 늘었지만 실제 투자 금액(집행액)은 1.5%P 증가에 그쳤다.

2010년 2조9657억원이었던 기초연구비 예산은 이듬해 3조4182억원, 2012년 3조8951억원, 지난해 4조590억원까지 지속 늘었다. 전체 R&D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31.1%에서 지난해 35.4%까지 확대됐다.

반면에 실제 집행된 금액은 2010년 2조8631억원, 2011년 3조1220억원, 2012년 3조4677억원, 2013년 3조6689억원이다. 전체 R&D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8.8%에서 지난해 30.3%까지 1.5%P 느는 데 그친 것이다. 2010년 1026억원이었던 예산과 집행액 간 차이는 지난해 3901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기초연구비 예산도 4조6838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전체 R&D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7.1%까지 높아졌다. 내년에는 비중을 38%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면 예산과 집행액 간 격차는 더욱 벌어져 “의미 없는 기초연구비 비중 확대”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전체 R&D 예산 중 기초연구비 비중을 2017년 40%까지 높인다’는 목표에 함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결위도 “매년 R&D 예산안 편성 시 기초연구비 비중을 목표치로 상정하고 있지만, 부처별·세부사업별로 예산을 편성하는 단계에서는 명확한 목표와 지침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예산 책정 시 응용·개발연구 분야를 기초연구로 분류하는 오류, 잦은 사업계획의 변경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예산 대비 집행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2017년 비중 40%라는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질적 개선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와 기재부는 종전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부처별 명확한 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기초연구비 예산 비중을 조정하는 대안 등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장 내년부터 예산을 조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미래부와 협의를 거쳐 2016년 예산 편성 시에는 대안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구비 예산 및 투자 차이(출처: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검토보고서)>


기초연구비 예산 및 투자 차이(출처: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검토보고서)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