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세 없이 소비활성화 묘수 찾아야

일본이 17일 발표한 7~9월 국내총생산(GDP) 지표는 다소 의외다. 당초 2.2%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치를 비웃듯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소비심리도 살아나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듯 도쿄 증시도 급락했다. 이 결과는 아베노믹스 핵심 기조인 엔저 환율환경에서 질주하는 일본 기업과 대조된다.

실제로 일본인 소비심리는 여전히 얼어 있다. 개인소비가 이 기간에 0.4% 증가했다. 지난 4∼6월 5% 마이너스 성장세에 비해 개선됐지만, 소비세 인상 효과가 그대로 반영됐다. GDP지표 발표의 후폭풍도 만만찮다. 현행 8%인 소비세율을 10%까지 올리려던 2단계 인상 방침에 급제동이 걸렸다. 사실상 재인상 논의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우리에게 두 가지 정도를 시사한다. 우선 내수 활성화의 중요성이다. 아울러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증세가 가계에 미칠 악영향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실질임금이 줄어들어 지갑을 닫는다면 우리 경제는 소비부진, 고용둔화라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일본의 경제 상황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리와 환율 및 실물경제 정책 수립에 참고해야 한다. 세금을 비롯, 준조세 성격을 지닌 국민연금 건강보험 인상에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내년 우리 경제는 ‘저성장, 저소비’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우리 가계의 실질임금 상승률도 낮은 기조가 유지되는 탓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4.2%에서 3.8%로 낮췄다. KDI 등 메이저 경제연구소들 역시 하향조정을 검토한다.

정부는 이 같은 국내외 경제환경을 반영해 증세 없는 소비 활성화에 관한 묘수를 찾아야 한다. 내수를 살리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한국경제가 꽁꽁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잃어버린 10년’으로 상징되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가계 가처분 소득 증대 방안 마련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