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칸막이 문화로 유명했던 소니가 변하고 있다. 2012년 4월 히라이 가즈오 소니 CEO가 새로 부임하면서 조직문화 개선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히라이 가즈오는 지속적인 효율화, 사내 의사소통을 꾸준히 강조했고 움직이지 않던 조직은 부서 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소통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혁신이 2013년 ‘렌즈 스타일 카메라’다.
소니는 카메라 렌즈만 살리고 ‘몸통’을 아예 없앴다. 렌즈로 찍히는 화면은 스마트폰 액정에 나타난다. 근거리무선통신(NFC)과 와이파이(Wi-Fi)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폰과 연결한다. 카메라는 무거워 들고 다니지 않지만 스마트폰은 언제나 휴대하는 사람들의 습성을 포착했다. 여기에 무게를 확 줄인 렌즈 하나만 들고 나가면 외출이 그리 무겁지 않다. 그야말로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융합한 제품으로 칸막이를 없앤 소통의 결과물이다.
이런 카메라가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다. 카메라 업계에서 삼성전자와 소니는 대표적 ‘전자 회사’로 분류된다. 전통적 카메라 회사인 캐논, 니콘보다 전자 기능을 접목하는 데 뛰어나고, 대중이 열광하는 아이디어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앞서간다는 평을 받는다.
삼성전자도 방대한 조직 간 칸막이를 없애려고 지난해 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카메라 사업을 하는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스마트폰이 주력인 무선사업부에 흡수시켰다. 업계는 두 사업부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 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제품은 ‘NX미니’와 스펙만 공개된 ‘NX1’에 그쳤다. 칸막이는 없어졌지만 혁신은 못한 셈이다.
이유가 뭘까. 업계는 잘나가는 무선사업부의 목소리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디지털이미징사업부의 의견이 묻혔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국 뛰어난 융·복합 제품과 시너지는 소통으로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각각의 칸막이가 숨을 쉴 수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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