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안대로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주파수가 할당되면서 700㎒ 대역의 나머지 88㎒ 폭을 두고 통신과 방송 진영의 2라운드 경쟁이 시작됐다. 지상파 방송사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모바일 광개토플랜에 따라 40㎒ 폭의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할 경우 무선마이크 대역과 겹친다는 점을 들어 통신 불가론을 펼칠 방침이다.
이에 맞서 통신업계는 700㎒ 대역 무선마이크 주파수 분배 정책은 2012년 이미 완료됐고, 무선마이크 사용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여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재난망’에 이어 ‘무선마이크’ 대역의 잡음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700㎒ 주파수 대역을 일부 쓰고 있는 무선마이크 대역을 놓고 통신과 방송업계의 공방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사와 정치권은 옛 방통위가 통신용으로 할당한 대역 일부가 무선마이크 대역(740~752㎒)과 겹쳐 700㎒를 통신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정부와 통신사를 압박했다.
모바일 광개토플랜2.0에서 통신사에 할당한 대역은 728~748㎒(상향), 78㎒~803㎒(하향) 등 총 40㎒ 폭이다. 이 중 상향 대역의 8㎒가 무선마이크 대역과 겹쳐 간섭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무선마이크 대역 사용 기간이 2020년까지여서 당장 사용이 불가능한데도 통신사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래방과 교육 시설 등에서 사용하는 700㎒ 대역 무선마이크는 주파수 분배 정책에 따라 당초 2012년 말 사용을 종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 이용자 보호와 자연스러운 교체 유도를 위해 2020년까지 단속을 유예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사용되는 무선마이크는 100만대가량으로 추정된다.
정치권과 지방파 방송사의 지적에 통신업계는 해당 무선마이크 대역은 통신 주파수 활용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우선 문제가 되는 대역은 하향 대역이 아닌 상향 대역이다. 주파수 사용량을 100으로 본다면 이 중 90%가량이 데이터를 내려 받는 하향 대역에 사용된다.
그나마 겹치는 대역도 8㎒ 폭으로 크지 않고 출력이 낮아 간섭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초부터 신규 마이크의 제조·판매를 단속하고 있어 사용량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향 대역 20㎒는 광대역 용도로 사용하고 하향 대역은 당분간 일부만 사용하는 것도 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실제로 1.8㎓ 대역은 일부 통신사가 하향 20㎒, 상향엔 15㎒ 폭을 사용한다. 공공 기관에서 나머지 5㎒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간섭이 없으면 그대로 40㎒를 사용하면 되고 간섭이 있는 지역은 해당 지역 상향 링크 일부를 당분간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며 “이후 조기에 통신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무선마이크 교체를 계도해나가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국무조정실 주파수심의위원회는 700㎒ 대역에서 20㎒ 폭(718~728㎒, 773~783㎒)을 재난망 용도로 우선 분배하는 안을 확정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정치권은 이에 반발하며 상설기구를 만들어 내년 상반기까지 UHD 방송용 주파수 할당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