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32>금융기관의 고령화문제

[이강태의 IT경영 한수]<32>금융기관의 고령화문제

우리나라 인구는 1960년에 2500만명이었고, 2013년에 5000만명이 조금 넘었다. 43년 만에 두 배가 됐다. 34개 OECD국가 중 일곱 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인구 5000만명이 넘으면서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의 국가 대열에 들었다. 특히 2차대전 이후 독립국으로서는 처음으로 20-50클럽에 가입했으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 모두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앞날은 암울하다. 2035년에 5200만명을 정점으로 우리나라 인구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2012년 6월에 20-50클럽에 가입해 33년 정도 이 지위를 유지한 뒤 그러니까 2045년이 되면 20-50클럽에서 빠지게 된다. 인구에 대한 장기 전망은 더더욱 암울하다. 2100년 정도면 우리나라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2500년이 되면 33만명만 남는단다. 한민족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원인이 궁극적으로는 출산율 저하에 있다. OECD 국가의 출산율이 1.70인 데 비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24다. 애 안 낳기로 유명한 EU조차도 1.39인데 우리나라는 더 낮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인구구성의 변화를 가져 오는데 생산 가능인구(15~65세)가 2016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게 되고 2012년에는 생산 가능 인구 6.2명당 65세 이상의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20년에는 4.5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전체 인구에서의 65세 인구의 비중이 2017년에 14%에서 2026년에는 20%를 돌파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굳이 2017년을 기점으로 잡는 것은 14%일 때 고령사회라고 하고,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분류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제일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공무원 연금 조정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인구 구성의 변화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공무원연금이 끝나면 아마도 군인·사학·국민연금, 건강보험이 개혁의 대상이 될 것이다. 재정적·정치적인 이유를 떠나서라도 젊은 사람들이 벌어 먹여야 하는 은퇴자의 수가 계획보다, 예상보다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세금 복지혜택을 볼 사람은 많아지니 당해낼 재간이 있겠는가? 어느 정권이든 나라를 파산시킬 작정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사회 모든 분야에 심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출산율 감소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는 누구나 들었겠지만, 각종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훨씬 더 심각한 상태다. 금융업을 하든 유통업을 하든 제조업을 하든 인구경제학을 가장 중요한 지수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일반 경영자들이 단기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중장기의 변화를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이 10년, 20년의 문제가 아니고 100년, 200년을 보고 경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중장기적인 경영환경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 고령층의 증가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실버산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지만 막상 자기 회사 직원들의 고령화에는 별다른 주위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직원들의 인적 구성이 서서히 바뀌기는 하지만 이는 개구리 더운 물에서 온도 모르고 있는 것과 같다. 비교적 고용이 안정적이라고 하는 은행을 한번 살펴보자. 국내 금융기관의 임직원들 중 48.6%가 40대 이상이다. 50대 이상도 10.2%다. 모 국책은행은 46세 이상이 56%이다. 모 시중은행도 46세 이상이 43%다. 앞으로 이들이 정년퇴직 전에 스스로 회사를 떠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또 신입사원을 대거 채용해서 이들의 비율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도 또한 낮다. 더더군다나 정년이 60세로 늘었다. 대충 50대 초중반에 은행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하던 직원들이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뿐만 아니라 각 은행의 차장급이 포화 상태다 별다른 하자 없으면 차장까지는 승진시키지 않을 수 없는데 부장 자리는 몇 개 안 되고 해서 부서의 30~40%가 차장인 때가 많다. 전체 직원들의 70%가 책임자급인 은행도 있다.

그림으로 그려보면 달 항아리가 아니라 위가 볼록한 고려청자 형태가 돼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입 사원들이 차장 직함으로 은행에서 정년퇴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지난 20여년 동안 대형 은행도 망하고 합쳐지고 인수됐다. 은행의 구조 조정은 결국 중복인력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기존 인력들은 더욱더 자기 자리에 집착이 강해질 것이다. 은행 30년 다니고 나가서 괜히 빵집이나 호프집 했다가 피 같은 퇴직금을 날린 선배들의 얘기를 듣고 있는 명예퇴직 대상자들이 순순히 퇴직 프로그램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자동화기기와 모바일의 발달로 은행 직원 수는 더 줄 수밖에 없다. 또 지금의 각종 복리 후생 프로그램은 고령자 위주로 돼 있다. 자녀 교육비, 부모와 본인 의료비, 휴가비, 연차 수당 등 프로그램이 고령자에게 유리하게 있다. 결과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의 지속적 상승이 필연적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