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호스트가 나오면 안 된다.”
“화면 크기를 3분의 1로 줄여라.”
“40번대 이후에 들어가라.”
“비실시간으로 진행해라.”
T커머스 업계가 뿔났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T커머스 업계에 ‘구두’로 주문한 규제 내용이다. 산업을 진흥해야 할 미래부가 규제 강화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정부는 홈쇼핑과 T커머스의 역무구분을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T커머스가 홈쇼핑화되면 상품 판매형 채널이 너무 많이 늘어나서 방송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홈쇼핑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T커머스 제도를 담고 있는 방송법과 방송법 시행령상의 ‘데이터방송 정책방안’ ‘보조적 데이터방송에 관한 지침’은 2004년 11월에 의결됐다. 가장 뼈대가 되는 ‘데이터방송 정책방안’은 10년 전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디지털 TV 시대가 됐지만 제도가 산업을 가로막고 있다. 다만 ‘보조적 데이터방송에 관한 지침’은 2012년 5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10조, 11조를 삭제하고 연계 사업자 확대 등 일부 내용을 개정했다.
업계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지적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T커머스를 진흥하겠다고 해놓고 하반기에는 규제로 돌아섰다는 것. 올해도 제7홈쇼핑을 발표할 때 T커머스 진흥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최근에는 ‘실시간’은 안 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T커머스 업계는 역무구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책 당국이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도 않고 계속해서 혼선을 빚고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지난해 T커머스 규제 이슈는 ‘쇼호스트 출연 제한과 생방송 금지’였다. 쇼호스트가 나오면 홈쇼핑과 구분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T커머스는 24시간 녹화 VoD를 틀었다. 홈쇼핑이 ‘한 시간’ 동안 하나의 제품을 설명하지만 T커머스는 ‘15분’이다.
올해 2월에는 ‘화면 크기’가 지적됐다. 미래부는 T커머스 사업자 화면 크기 등 홈쇼핑과의 차별화를 위해 관계자를 모아놓고 공청회를 열었다. ‘데이터 위주로’라는 문구 해석을 두고 사업자와 정부는 생각이 달랐다. 사업자는 TV 화면의 51%를 데이터로 채우면 ‘데이터 위주’가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3분의 2를 데이터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규제의 칼’ 앞에 사업자들은 두 손을 들고 화면을 모두 바꿨다. 이 와중에 화면을 반으로 줄였다가 다시 3분의 1로 줄이면서 또 다른 비용을 써야 했다.
정책적 오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부는 ‘연번제’를 내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사이의 황금번호대에 T커머스 채널이 들어가면 채널 가격이 높아지고 시청에 방해가 되니 40번대 이후에 들어가라고 했다”며 “그러나 그 규제는 플랫폼 사업자의 채널 편성권 침해 문제로 이어져 철회됐다”고 말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데이터방송 정의 규정에 ‘비실시간’ 특징을 반영해 실시간방송편성을 금지하는 규제를 내세우는 중이다. 정부와 사업자가 미디어 환경을 해석하는 방식이 서로 달라 논란이 계속 증폭되고 있다.
업계는 콘텐츠 제작에 대한 표준을 제공하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동종, 이종 단말 및 플랫폼 등 기기 간 호환성이나 융합이 이뤄지지 않아 콘텐츠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콘텐츠를 개발해도 규제가 자주 바뀌어 사용할 수가 없다. 실제 아이디지털홈쇼핑은 올해부터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위해 지난해 ‘TV 앱’ 개발을 마쳤지만 이 앱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화면 크기 논란이 벌어지면서 영상 화면을 49%에 맞춘 콘텐츠는 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T커머스협회 관계자는 “앱 개발에 몇 억원을 지불했는데,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 하고 매몰비용으로 다 들어가 버렸다”며 한탄했다.
사업자 간 수익 배분, 제공방식 표준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함에도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학교 광고미디어학과 교수는 “각 사업자가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며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요구된다”고 꼬집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