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형 당뇨병 치료를 연구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남홍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전공 교수(DGIST 펠로·IBS 식물노화수명연구단장) 연구팀이 미국과 스웨덴 연구진과 공동으로 췌도의 노화와 기능 저하의 원인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췌도는 췌장(이자)에 있는 내분비 조직으로 인슐린과 글루카곤 등의 호르몬을 분비해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남 교수 연구팀은 인슐린을 분비, 혈당 조절을 담당하는 췌도의 노화와 기능 저하는 췌도 내 혈관 염증 및 섬유화와 관련있으며, 췌도의 고유 기능인 혈당 감지와 베타세포의 인슐린 발현 및 분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당뇨병에 걸린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젊은 쥐의 췌도에 비해 늙은 쥐의 췌도에서 혈관 염증 지표 단백질 유전자들이 높게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또 혈관 섬유화 지표인 라미닌 단백질의 함량도 노화된 쥐의 췌도 혈관에서 현저히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늙은 쥐의 노화된 췌도를 당뇨병을 가진 젊은 쥐의 홍채에 이식하는 췌도 홍채 이식술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식된 노화 췌도에 새로운 모세혈관이 생성되면서 당뇨병에 걸렸던 젊은 쥐의 혈당 조절 능력이 회복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췌도의 노화가 진행되더라도 인슐린을 만들어 분비하는 베타세포의 기능은 감소하지 않지만 췌도 내 혈관의 염증과 섬유화로 인해 인슐린이 필요한 조직으로의 전달이 지연돼 당뇨병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로 그동안 베타세포 증식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 온 췌도 노화연구는 췌도 내 혈관의 염증과 섬유화 원인을 밝히고 역노화 유도법을 찾는 방향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남홍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췌도 노화의 원인과 역노화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췌도 내 혈관의 염증과 섬유화의 원인을 밝혀내고, 예방 및 치료법을 개발한다면 노화형 당뇨병에서 벗어난 건강한 노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최근 세계적 과학기술 전문저널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베르그렌(Berggren)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밀러의과대 박사, 카이세도(Caisedo)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박사, 전원배 DGIST 나노바이오연구부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