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차게 기획한 ‘한국형 모바일 CPU 코어’ 사업 예산이 당초 350억원에서 100억원대 규모로 절반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민간 기업에 기술을 이전·지원하는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민간기업 간 기술 경쟁도 불가피하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모바일 CPU 코어 상용화’ 사업이 세부 계획 막바지 단계다. 내년 초 사업 공고를 시작하지만 5년간 35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정부 계획과 달리 실제 사업은 3년간 100억원대 규모로 기간은 짧아지고 예산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CPU 코어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중앙처리 장치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들어가는 핵심 부분품이다. 명령어 처리, 연산 등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시스템반도체의 핵심 요소지만 높은 설계 기술력이 필요해 ARM이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했다. 퀄컴, 애플, 삼성전자 등은 ARM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AP를 만든다. 국내 기업이 모바일 CPU 코어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연간 3500억원에 달한다.
향후 사물인터넷 시장이 열리면 모바일 CPU 코어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생활가전,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사물이 AP를 장착하고 지능형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을 발표한 뒤 ‘한국형에 집착한다’는 지적이 거셌지만 마냥 손놓고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게 사업 취지다.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했지만 출발선에 선 모습은 일단 김이 빠졌다.
당초 산업부는 5년간 350억원(정부 250억원, 민간 100억원) 규모로 사업을 꾸렸지만 실제는 3년으로 기간이 줄고 정부 지원 예산은 90억원 수준으로 책정되는 게 유력하다. 민간 투자금을 합쳐도 100억원대 중반에 그쳐 기존 정부안 대비 예산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사업 기술 후보군은 △ETRI ‘알데바란(Aldebaran)’ △KAIST와 특허청의 ‘코어에이(Core-A)’ △전자부품연구원 ‘멘사(MENSA)’ △에이디칩스 ‘이스크(EISC)’다.
현재 정부는 한국형 모바일 CPU 코어 개발 사업은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4개 후보 기술군 중 1종을 자유롭게 골라 개발하는 형태를 검토 중이다. 팹리스 기업이 주체가 돼 자유롭게 컨소시엄을 꾸린 뒤 기술성과 상용화 측면 등을 검토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한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후 컨소시엄들은 1년간 개발한 결과물로 차기연도 사업을 이어갈지 평가받는다. 매년 평가를 거쳐 컨소시엄을 탈락시켜 3년간 진행한 사업이 끝날 때 최종 1개 기술을 선정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사업 방식을 놓고 불만을 제기했다. 정부 출연연과 중소기업이 각각 개발한 총 4종의 모바일 CPU 코어 기술이 경합해 최종 선정한 기술만 상용화하는 형태여서 출연연과 중소기업 간 경쟁 구도가 됐기 때문이다. 시장 자율성에 맡긴 것이지만 정부 출연연과 중소기업 간 ‘불편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노승구 산업부 전자부품과 사무관은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고 매년 규모가 달라질 수 있어 유동적”이라며 “예산 규모보다 모바일 CPU 코어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 취지를 잘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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