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공무원, 금융사 사외이사 문 좁아져...겸직도 제한

금융당국이 금융사 거수기 역할을 했던 사외이사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앞으로 교수나 공무원은 주요 금융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되기가 어려워지고 은행과 은행지주사의 사외이사 임기는 현행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다. 2개사 이상의 사외이사 겸직도 금지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신제윤 위원장 주재로 금융발전심의회 정책·글로벌분과 확대 연석회의를 열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논의하고 입법예고했다.

모범규준의 주요 내용은 이사회와 사외이사 구성에 ‘다양성의 원칙’을 적용했다. 앞으로 사외이사는 금융, 경영, 회계 등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보유해야 하고 직무수행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것을 자격요건으로 내걸었다. 금융사는 이에 맞춰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 운용·공개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연구원, 공무원 출신은 사외이사 진출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현재 금융사 사외이사의 60%가량을 연구원이나 공무원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금융권 사외이사 대거 물갈이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융회사는 사외이사 활동에 대해 매년 평가(2년마다 외부평가 권고)하고, 사외이사 재선임 시 추천서에 평가결과와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며 추천사유도 서술형으로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또 사외이사 본인의 자기추천도 금지된다.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제도 개편에 나선 것은 현 금융권의 사외이사들이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고액의 보수만 챙기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위는 은행과 은행지주회사 사외이사의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복수 겸직도 제한했다. 현재는 상법상 기업 두 곳까지 겸직할 수 있어 은행 두 곳에서 사외이사를 하는 일도 있었다.

신제윤 위원장은 “모범규준이 향후 기관투자자의 역할규범과 함께 우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업계와 학계 등 이해관계자의 폭넓은 의견 청취를 위해 12월 10일까지 입법예고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