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리콘밸리식 `상생협력 문화` 만든다

삼성전자가 중소벤처와의 상생협력에 속도를 높인다. 지속적인 성장동력 발굴에 협력사 공조가 절실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삼성전자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이 같은 모습은 미국 실리콘밸리식 상생협력 문화로 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20일 수원 성균관대에서 협력사와 내년도 글로벌 경영 상황과 앞으로의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는 ‘상생협력 소통의 장’ 행사를 열었다. 1차 협력사 350개사와 삼성과 간접적으로 거래하는 2차 협력사 약 100곳이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내년도 글로벌 경영환경을 전하며 협력사의 사업계획 수립을 도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엔저와 미국의 양적완화 그리고 중국의 샤오미와 화웨이의 약진 등 전자업계에 난제가 많다”며 “협력사에게 현재의 글로벌 경영 상황과 전망을 전하는 동시에 기술적 차별성으로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급부상하는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차세대 기술 소개도 있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하는 분야를 소개함으로써 성장 동력 발굴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가 방향을 잡고 연구개발(R&D)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또 혁신 주도를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과 성과 연계 방법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삼성식 경영전략도 전수했다.

삼성전자는 준법경영이 궁극적으로 지속경영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력사에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 그리고 2차 협력사는 3차 협력사와의 동반성장만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임을 강조했다.

최병석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부사장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위해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이노베이션 주도자로서 변화를 가속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삼성전자 1차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와 ‘상생협력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네트워크, 무선사업부, 반도체·LED, 생활가전, 영상디스플레이, 프린팅솔루션과 삼성디스플레이 등 7개 부문 임원과 협력사 대표가 자리를 함께했다.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향후 전략을 협력사와 공유했다.

삼성그룹은 이와 별개로 ‘삼성 벤처파트너스데이’와 ‘크리에이티브랩(C-Lab) 벤처창업 공모전’을 개최하며 벤처 창업 및 신생 벤처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벤처파트너스데이는 우수 기술을 보유한 벤처를 발굴해 투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C랩 공모전은 예비 창업자를 위한 행사로 선정된 곳은 삼성이 대구시와 공동으로 만드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해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업계는 삼성의 이 같은 노력이 관련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미국에서 지속적인 혁신이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대기업이 벤처와 함께 끌어주고 밀어준 게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협력사가 갑을 관계로 고착되면서 자발적 협력이 부족했는데 삼성이 그런 문화를 바꿔가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