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금융당국의 강력한 사퇴압력에 결국 사퇴했다. 이 의장의 퇴진과 함께 다른 사외이사들의 줄 사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이경재 “떠나는 마음 가벼워”
이 의장은 “21일 윤종규 신임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직과 사외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고자 한다”고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의를 밝혔다.
그는 “2010년 3월부터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 부족하지만 성실하게 일해왔다”면서 “연이어 발생한 어려운 일들로 의장으로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지주 이사회를 비롯한 그룹 임직원들의 도움으로 빠른 경영 정상화를 이룬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심경을 밝혔다.
이어 “새롭게 취임하는 윤 회장을 중심으로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으로 반드시 재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에 떠나는 마음이 가볍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의 원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이 의장은 5년째 KB금융 이사회 의장으로 있으면서 현 윤종규 회장 내정자를 포함해 어윤대 임영록 전 회장까지 3명의 회장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KB금융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서 상징적 인물로 꼽혀 왔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이 의장 외에도 사퇴 압력을 받아온 나머지 KB 사외이사들도 윤 신임회장의 취임에 맞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KB뿐 아니라 금융회사 이사회가 대폭 물갈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KB 내분 사태를 계기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나서면서다.
남은 이사회 멤버 8명 중 5명은 내년 3월, 나머지는 2016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은 KB금융의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사외이사직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 LIG손해보험 인수 급물살
사외이사들의 사퇴 거부로 가장 큰 고민에 빠졌던 윤종규 회장 내정자는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이경재 의장이 자리를 내놓은 만큼 부담이 훨씬 줄게 됐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다른 사외이사들도 KB금융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과 갈등이 풀려 하루빨리 LIG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최근 예방한 윤 내정자에게 LIG손해보험 인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시급한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까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LIG손보 인수 안건 자체가 상정되지 않아 일각에서는 KB금융의 LIG손보 자회사 편입이 연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그런데 이날 이 의장의 사임으로 다른 사외이사들도 내년 초 임기를 앞두고 있어 자연스레 사퇴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KB금융과 금융당국간의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이 의장의 사임 등을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으로 받아들인다면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R타임스
이행종기자 srtim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