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구의 중년여성 얼굴이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면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등장하는 ‘토탈리콜’ 속 한 장면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1990년 개봉한 토탈리콜은 기억을 조작당한 주인공이 본래 기억을 찾으면서 잘못된 권력을 바로잡고자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2012년 콜린 파렐 주연으로 리메이크되면서 또 한 차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토탈리콜에는 여러 과학 기술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억 주입이다. 뇌 신경을 조작하면 없던 기억을 있는 것처럼 만들거나 반대의 사례가 가능하다. 산업연구원은 기억을 조작해 가공의 경험을 실제 체험한 것처럼 만드는 ‘대체현실’이 2020년 전후로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완벽한 대체현실은 2030년 이후 구현이 가능하다고 점쳤다.
대체현실은 인지과정을 왜곡시키는 게 핵심이다. 대체현실을 구현하려면 소프트웨어, 콘텐츠, 인지·뇌 과학이 융합돼야 한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쥐의 기억을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향후 이 기술이 발전하면 우울증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같은 심리적 장애를 치료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2년 리메이크작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영화 속 과학은 ‘무선정보인식기술’이다. 쫓기던 주인공은 손바닥에서 불빛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손바닥을 귀에 대고 통화를 한다. 손바닥을 창문이나 유리벽에 대면 상대방 모습이 보이면서 영상통화가 가능해진다. 손바닥에 통신과 영상 관련 칩을 내장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무선정보인식이 가능해지려면 IT뿐만 아니라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인지기술(CT)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사람 몸 안에 칩이 내장돼도 부작용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또 사람 몸 안에 삽입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안전한 배터리와 소재가 개발돼야 한다. 위치추적 등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이 위치가 발각되자 휴대전화 칩을 빼내는 장면이 나온다.
로봇이 운전하는 택시도 흥미로운 장면이다. ‘자니 캡’으로 불리는 택시 운전기사 로봇은 손니에게 “어디로 모실까요?”라고 묻고 스스로 최적의 코스를 선택해 운전한다. 주인공은 다급한 나머지 규정 속도를 지키며 안전운행을 하는 기사 로봇을 제치고 수동 모드로 운전을 한다. 로봇 택시가 가능해지려면 고도로 발달한 로봇 기술과 상황 인지 기능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엔 로봇보다는 자율 주행차 개발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리메이크작에서 나오는 지구 통과 운송수단은 호주에서 영국까지 17분 만에 도달하게 해준다. 지구 지름이 1만2786㎞기 때문에 1초에 12.5㎞를 달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지구 내부는 지각과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돼 있고 온도는 섭씨 5000℃라서 이 같은 운송수단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