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11월 27일. 알프레드 노벨이 노벨상 제정의 내용이 담긴 유언장에 서명했다. 그는 자신이 죽기 1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유언장을 작성해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 보관했다.
그는 유언장에 일가친척과 사업 동료 및 직원에게 분배할 재산 내역을 상세히 기록했다. 그리고 나머지 재산의 처리에 대해 “유언 집행인에 의해 안전한 유가증권에 투자해 기금을 만들고 그 이자로 매년 인류를 위해 공헌한 사람에게 상금으로 수여한다”고 적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세계 최고 권위의 상 중 하나인 ‘노벨상’이다.
노벨은 스톡홀름에서 발명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니트로글리세린과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했다. 그 이후에도 추가 연구로 무산 화약 발리스타이트(폭탄)를 발명했다. 그가 발명한 폭탄은 채광과 건설공사 등에 대대적으로 사용됐다. 이로 인해 노벨은 엄청난 재산을 모으게 된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노벨은 자신의 사후에 대비해 일찌감치 유언장을 준비했다. 노벨의 사후 공개된 유언장에는 재산의 20%는 일가친척에게, 17%는 병원과 의학연구소 등 여러 단체에 나누어 기부하라고 했다. 37%를 제외한 나머지는 오늘날의 노벨상을 만드는 데 쓰라고 지시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상이 됐지만 유언장 공개 직후에는 노벨상 제정을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우선 유족들이 자신들의 손을 떠나게 된 유산을 되찾으려 법적 대응까지 생각했다. 노벨이 유언장에 국적과 성별에 관계 없이 최고의 공로자에게 상을 수여하라고 하면서 스웨덴 내부에서 국부 유출이라는 논란도 벌어졌다.
논란 끝에 노벨의 유언에 따라 유산이 스웨덴 과학 아카데미에 기부됐다. 그리고 1901년 노벨상 제도가 시작됐다.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경제학, 평화 여섯 개 부문에서 매년 세계에서 가장 공헌이 큰 사람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고 김대중 전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유일하다. 과학 분야에서도 수상자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