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력 수급의 한축을 담당했던 장기전력수급거래(PPA) 발전소들의 계약 종료가 잇따르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PPA 계약을 맺고 전력을 생산·판매해 온 인천복합화력 1호기 설비의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인천복합 1호기는 민간 발전설비 가운데 가장 먼저 PPA 계약이 종료된 발전소로 지난 8월 말을 기해 그 임무를 다했다. 관련기사 3면
PPA는 전력거래소의 중개 없이 한전과 발전사가 계약을 체결해 설비를 건설하고, 일정 기간 약속한 가격으로 전력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한전과 PPA 계약을 맺은 사업자는 포스코에너지, GS EPS, GS파워, MPC율촌 등 네 곳이다.
PPA 발전소들은 신규 발전소에 비해 발전효율은 떨어지지만 국가 전력 자원의 일부로 수급 안정에 기여해 왔다. 지난해 전력 위기 상황에서도 국내 총발전량의 3%를 담당했다. 설비가 노후화된 일부 발전소는 시장 거래 상황에서는 적자 발전을 면하기 어려웠지만 PPA 계약 지원 덕에 경영에 무리 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다.
올여름도 마찬가지였다. 인천복합 1호기의 당초 계약 종료일은 7월 말이었지만 전력 예비력 확보 차원에서 계약 기간이 한 달 연장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PPA 연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력 예비율이 20%가 넘나들 정도로 발전소 부족 문제가 크게 해결됐기 때문이다. PPA 계약 해지 이후 시장 거래로 발전하는 방법도 있지만 효율 측면에서 신규 발전소와의 경쟁은 힘들 수밖에 없다. 인천복합도 계약 기간이 연장된 8월 한 달 동안 예비력의 역할은 했지만, 실제 가동은 많지 않았다.
인천복합 2호기는 오는 12월 말에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다. 한국전력은 올겨울 특별히 전력피크가 오지 않는 이상 1호기 사례처럼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신규 설비인 인천복합 7·8·9호기로 PPA 발전소들의 빈자리를 메워 갈 계획이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노후 설비인 인천복합 1·2호기는 PPA 계약 종료와 함께 해체 수순을 밟지만, 신규 설비인 7·8·9호기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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