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차에서 고령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봤다. 은행의 주요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다 알고 있으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급진적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 것이 아니라면 직원들도 받아들이고 은행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첫째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올리는 방법이다. 은행의 수익성이 올라가면 분모가 커지기 때문에 인건비 비율은 떨어진다. 지금의 사업구조에서 은행 수익성을 올리는 방법은 NIM(Net Income Margin:영업수익)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NIM이 이미 2% 이하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NIM이 5%를 넘는 것을 보면 이 낮은 수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은행 건전성도 곧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금융업이라는 것이 정부 인가사업이라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대출이자를 내려 신규투자와 경기 회복에 앞장서라면 안 나설 재간이 없는 형국이다. 그러니 NIM 올리는 것도 마땅치 않다. 비이자 수입 즉 수수료를 올리는 방법이 있는데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고 알아서 하라는 부분이 아니니 더더욱 힘들다. 마지막으로 융합을 통한 사업영역의 다각화인데 보수적인 금융기관들이 언감생심 신사업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해 수익 부문에서 은행 운영의 핵심은 대출에서의 리스크 관리를 잘해서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돈 깨지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됐다. 이미 대손충당금이 은행 수익을 좌우하고 있다. 그러니 은행의 수익성 올리는 문제는 한마디로 난망하다.
둘째는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금융기관 인력들을 자회사나 계열회사로 전출시키거나, 나이든 직원들이 자기 일을 들고 나가 창업하도록 스핀오프(Spin Off)시키거나, 노조와 재협상해서 복리 후생을 줄이거나, 연공서열에 입각한 연봉제가 아닌 강력한 업적에 따른 페널티·인센티브제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돌리는 방법도 추가된다. 먼저 명예퇴직 프로그램에 막대한 비용이 일시에 들어간다고 걱정하는 경영자들이 있지만 사실 2~3년만 지나면 인건비 감소 영향으로 비용 면에서는 큰 부담이 안 된다. 오히려 2~3년 뒤에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된다.
대부분 금융기관 회장들이 취임하자마자 한 번씩 명예퇴직을 돌린다. 당 연도에는 일회성 비용 때문에 손실이 난다. 하지만 초년도 수익으로 비난 받지는 않는다. 또 일회성 비용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자기 임기 3년이 끝날 때쯤 해서는 큰 폭의 수익 개선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면 실적이 좋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임을 노려볼 만하다. 회사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워낙 크다 보니 다른 비용 줄여 봐야 장부상 맨 밑바닥 숫자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경영자로서는 명예퇴직을 실행할 수만 있다면 가장 확실한 영업이익 개선 방법이지만 직원들에게는 최악의 선택이 된다. 직원들은 명예퇴직하고 난 뒤 다른 대책이 없고 정말 엄동설한에 길거리에 나앉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는 악몽이나 다름없다. 주위에서 누구는 이번에 명예퇴직 대상자로 통보 받았다고 하고 누구는 통보 받았는데 버틴다고 하고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는데 일이 손에 잡히겠는가. 대상자가 아닌 젊은 직원들도 나이 들면 저렇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명예퇴직은 경영자나 직원들 모두에게 매우 힘든 결정이고 최후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명예퇴직을 피하기 위해서는 스피오프를 적극 고려해야 하는 데 관피아, 정피아가 문제가 되는 세상이라 이 또한 퇴직자에 대한 불공정한 지원이라는 점에서 자칫 본뜻과 다르게 사회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기존 오래 된 거래처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은행 덕분에 몇 십 년 잘 운영해 왔는데 퇴직 직원들이 나와서 회사 차려 밥그릇 뺏겠다고 하면 여기저기에 난리가 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또한 회사가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를 분사해서 직원을 전출시키는 것도 방법인데 은행에서 다른 제2 금융권으로 가게 되면 찬밥이 된다는 생각에 역시 지원자가 잘 나서지 않는다.
카드회사 분사가 대표적이지만 은행 인원을 많이 넘기지는 못했다. 당국에서도 마구 허가해 주지도 않고 결과적으로 실익도 많지 않다. 기타 성과급제로 바꾸거나 복리후생을 축소하는 문제는 노조 동의가 필수인데 노조가 순순히 응할 리 없다. 그러니 인건비 줄이는 방법 또한 난망이다. 마지막 남은 것은 직원들의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월급 값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