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슈퍼컴 순위보다 중요한 것

[기자수첩]슈퍼컴 순위보다 중요한 것

최근 발표된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중국국방과학기술대학교의 ‘톈허-2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를 차지했다. 상반기와 하반기, 일 년에 두 번 발표되는 순위에서 톈허-2호는 4회 연속 1등을 기록했다.

이 슈퍼컴퓨터는 초당 33.86페타플롭(Petaflop·1초당 1000조회 연산)의 능력을 갖췄다. 한 시간 동안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이 13억 중국 인구가 계산기를 이용, 1000년 동안 계산하는 것과 맞먹는다.

우리나라 슈퍼컴퓨터도 이 리스트 안에 들었다. 지난 5월부터 구축되고 있는 기상청의 새 슈퍼컴 4호기 ‘우리’가 148위를 차지했으며 기상청 슈퍼컴 3호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삼성전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서비스 제공업체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순위 그 자체보다 관심을 끈 건 나라별 보유 현황이었다.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 중 미국은 231대나 이름을 올렸다. 중국이 61대로 그 뒤를 이었으며 일본이 32대,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30대, 독일이 26대를 기록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9대에 불과했다.

슈퍼컴퓨터는 대용량 정보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컴퓨팅 기술이다. 고도의 연산능력으로 과거 풀지 못했던 문제와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큰 보탬이 되기 때문에 한 나라의 과학기술을 가늠하는 척도로, 또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연관짓는다.

연구와 산업 전반에 걸친 활용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저변이 매우 취약하다. 슈퍼컴도 적고, 이마저도 학교에서 활용하는게 대부분이다. 활용처와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란 얘기다.

한 슈퍼컴퓨터업체 대표는 “중요한 것은 고성능 컴퓨터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느냐인데 우리나라는 우선순위가 바뀐 것 같다”고 조언했다.

아무리 좋은 장비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고철에 불과하다. 슈퍼컴퓨터 활용의 저변 확대를 위한 진지한 고민이 더 필요한 때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