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RPS 3년, 진보인가 퇴보인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도입된 지 3년이 흘렀다. 지난 2002년부터 10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운영했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적용을 중단하고, 500㎿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공급의무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토록 의무화해 보급을 늘려나간다는 정부의 의지였다. 외형적으로는 RPS 도입 이후 3년 동안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 용량과 발전량은 이전과 비교해 증가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국내 여건상 어렵다는 이유로 수차례 진행된 제도 개편과 국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공급, 발전사의 의무량 불이행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만큼 확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당초 계획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RPS 3년을 돌아본다.

1차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증가 추이.
 [자료: 신재생에너지센터]
1차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증가 추이. [자료: 신재생에너지센터]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FIT에서 RPS로 전환한 후 발전 실적은 FIT 지원 10년 간 누적 건설된 설비의 연도별 발전량보다 높았다. RPS에 따른 발전실적은 제도 시행 첫해인 2012년 233만㎿h, 2013년 450만㎿h, 올해(1~8월) 520만㎿h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발전원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1년 2.74%에서 지난해 3.52%로 확대됐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도 FIT 지원 10년 간 건설된 설비 용량의 3배가량 증가했다. FIT 시절 신규 발전설비 투자 용량은 1031㎿에서 RPS가 도입된 이후 올해 9월까지 총 3166㎿로 늘었다.

표면적으로는 RPS 도입 이후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됐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RPS 도입 당시 기대했던 보급 목표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발전사들에게 할당된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량은 640만㎿h(640만REC)였으나 실제 늘어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33만㎿h였으며, 이듬해 의무량도 1090만㎿h(1090만REC)였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50만㎿h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보급 의무량은 늘어도 실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가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열악한 국내 신재생에너지보급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발전사의 RPS 이행 실적 달성을 위해 정부가 봐주기식으로 RPS 제도를 수 차례 바꿨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RPS 도입 이후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막은 가장 큰 요인은 ‘국가 REC’ 유통이다. 발전사는 직접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또는 다른 사업자가 생산한 발전량 REC를 구매하는 것으로 의무 발전량 수행을 대신할 수 있다.

그런데 발전사가 직접 신재생에너지 생산도 어렵고 REC 매입도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하자, 정부가 FIT를 통해 생산된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량을 국가 REC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유통시켰다. 국가 REC가 민간에 비해 5배나 많은데다 이 물량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의지도 줄고, REC 시장도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이 나온다.

연간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의 30%에 달하는 국가 REC가 유통되는 만큼, 발전사는 새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할 필요없이 정부로부터 이를 구매해 의무량을 채우면 되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됐다. RPS 제도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아닌 정부 세수 확대에 기여하도록 변질된 셈이다.

발전사들이 태양광·풍력·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투자하는 대신 우드펠릿 등 우회적인 수단으로 의무량을 채우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발전사가 비싼 수입 우드펠릿을 석탄과 혼소하는 방식을 통해 RPS 의무량을 메워가고 있어 국부 유출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는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수입한 우드펠릿 물량은 100만 2253톤에 달하고 그 비용도 1466억원이나 된다.

이에 더해 정부는 최근 발표한 제4차 신재생에너지보급계획에서 발전사 RPS 의무량을 완화해줬다. RPS 의무비율 10% 확대 시점을 2022년에서 2024년으로 2년 연장하고, 내년부터 의무공급량 확대를 소폭 완화했다.

이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관련 정책이 사실상 퇴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RPS가 전반적인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기여하는 제도임에는 분명하지만, 집중 육성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빈틈을 보이고 있다”면서 “소규모 사업이나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선택적 FIT’를 병행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FIT, RPS 발전량 비교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연도별 RPS 의무공급량 비율 변경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슈분석]RPS 3년, 진보인가 퇴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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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