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민 수학운동을 벌이자

[ET단상]국민 수학운동을 벌이자

18%. 2015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복수정답 사태의 그 숫자다. 관념적 수학이 빚은 참극이다. 영어과목 출제 및 검토 위원 30명 모두가 암기식 수학과정을 이수했다. 수학의 참뜻은 원 개념의 실체화다. 2%와 20%의 차이를 표현할 때에는 18%p(포인트)로 표시해야 한다.

미분과 적분이 생활에 왜 필요하냐고? 자동차 경주에서 레이서라고 생각해 보자. 직선구간과 곡선구간이 있다. 곡선구간에서는 누구나가 저속주행(상대적임)을 한다. 그러나 챔피언이 되는 선수는 남들이 저속주행하는 구간에서도 가속할 곳을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곡선구간이 중반을 지나 끝나는 부분의 중간 정도부터 가속을 하기 시작한다. 가속을 하더라도 차로를 벗어나 해저드로 들어가지 않을 가속 시작 지점을 계산한다. 미분을 해보면 안다.

주행하는 경기용 자동차의 시시각각 변하는 속도를 어느 시각에 대해 미분해 보면 그때의 가속도를 알 수 있다. 속도가 점점 붙어 회전 중에 차로를 이탈하지 않을 정도의 가속도 증가 분포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차로를 벗어나지 않을 정도의 가속도를 곡선구간 마지막 부분에서 펼치다가 직선구간을 만날 때 바로 최고 가속도를 얻는 것이다. 결국 곡선구간에서 어느 지점에서 경쟁자보다 먼저 그러나 이탈하지 않을 정도로, 가속을 시작하는지가 성패의 핵심이 있다. 이 경주용 자동차가 일정 기간 동안 움직인 거리는 이 자동차의 속도를 적분해 보면 된다.

교통은 흐름이다. 이 흐름을 제어하는 것이 수학이다.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밀린다고 도로를 새로 내자고 한다. 이는 돈 많은 부잣집 철없는 아이의 생각과 같다. 모든 것을 돈으로만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수학을 동원해야 한다. 프랑스 파리 시청 조직에 교통국이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전국에서 수학 천재들을 불러 모았다. 교통흐름을 수학적으로 최적의 해결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속도로의 정체를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이 방안은 수학적 개념으로 정립될 수 있다. 고속도로 주행선에서 진출로(출구)로 나가는 그곳에 차 한 대분의 자리를 항상 비게 놔두면 만사가 풀린다. 현재는 그 자리에 어떤 차가 대기하고 있다. 그래서 직진하는 차나 빠져나가려는 차나 모두 멈춰 있는 것이다. 진출로를 시원하게 빠져 나가지 못하는 것은 진출로 시작 지점 그곳이 앞차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유수지 같은 임시 주차장을 진출로 주변에 만드는 것이다. 유수지는 비가 갑자기 많이 내렸을 때 내수면의 빗물을 펌프로 퍼내야 하는데 펌프의 용량을 초과할 정도의 집중호우가 올 때를 대비해 유수지를 만들어 놓는다. 이와 같은 개념으로 차들이 진출로를 시원하게 빠져 나가지 못할 때 그 차들이 임시 대기장소로 들어가게 하면 된다. 마치 일본의 출입국 신고대 앞에서 ‘ㄹ’자 모양으로 줄을 서듯이.

이렇듯 실생활 곳곳에 수학적 탐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필요한 것이 국민적 합의다. 내 뒤의 많은 차를 위해 내가 길에서 유도요원 또는 유도등을 따라 임시주차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해결된다면 연휴나 명절 때 고속도로의 정체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수학의 원 개념을 실천하는 길이다.

수학을 가정에서도 아이들과 이야기해야 한다. 아이들이 장래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수학이 그것을 더욱 잘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을 아이들이 발견하게 해야 한다. 수학은 골치 아픈 것이 아니다. 수학은 재미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옳은지 아닌지를 수학에 물어 봐야 한다. 물론 수학이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최소한 필요조건은 된다.

아이들을 수학 과외 학원으로 보내지 말자. 관념적 수학에서 탈출시키자. 18%의 오류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 수학의 원개념을 활용해 하고 싶은 일을 성공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초등학교 4학년 정도에는 딸기 300g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문제가 나온다. 가정에서 부모들이 딸기 300g을 애정으로 가르쳐야 한다. 우격다짐 식으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전하는 스토리텔링 하나가 있다. 길이를 재는 척도가 나라마다 달랐다. 특히 기분 나쁜 것은 이웃나라 임금의 발 크기를 재서 길이의 단위로 쓰고 있는데 그것을 이웃 다른 나라에서는 그대로 쓰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이웃나라도 다른 길이 단위를 만든다. 이웃 나라들 간에 길이를 재는 잣대의 눈금이 각기 다르다. 그러니 무역을 하는 데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 만국이 모여 만국통용 척도의 표준을 만들기로 했다. 지구 둘레의 일정한 길이를 알고 있었다. 이것을 이용해 만국공통의 길이 단위를 만들자는 데 모든 나라들이 동의한다. 지구 둘레의 반의 반(4분의 1)의 길이를 기준으로 한다. 이 길이를 1만㎞로 하는 1m를 길이의 표준으로 삼기로 했다. 1000만m가 지구 둘레의 반의 반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무게의 단위를 정한다. 1m 표준이 만들어졌으니까 이것을 사용해 무게 단위로 만들면 모든 나라 대표들이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1m는 100㎝다. 10㎝를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정육면체의 그릇을 만든다. 그 속에 영상 4℃의 물을 가득 채운 무게를 1ℓ라고 부르기로 결정한다. 1ℓ는 1000g(1㎏)으로 하자고 한다. 모두들 좋다고 찬동한다. 그래서 무게의 단위도 지구둘레에서 따온 것이 됐다.

정육면체 1ℓ 용기의 높이는 10㎝다. 이 용기에 3㎝의 물을 채우면 그 물의 무게는 300g(3×10×10g)이 된다. 그 300g이 얼마 정도의 무게인지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집에서 가르쳐야 할 수학이다. 300g의 물 무게를 상상하면서 그와 같은 무게의 딸기 무게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딸기 300g을 딸기 200g과 합하면 몇 g이 되느냐의 물음에 답을 한다고, 그 아이가 커서 18%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국가수학채널(NMC)을 열었으면 한다. 국민 누구나가 수학을 쉽고 재미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채널이 필요하다. 수학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을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유튜브는 국민수학운동을 펼쳐나가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다양한 수학 채널들 간의 관계성을 해설해 주는 채널도 필요하다.

여호영 지아이에스 대표 yeohy_g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