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34>직원이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들자

[이강태의 IT경영 한수]<34>직원이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만들자

지난 회에서 금융기관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는데 근무인력들이 고령화되면서 인건비는 꾸준히 오르는 문제를 짚어봤다. 수익을 올리는 방안도 난망하고 인건비를 직접 줄이는 방안도 찾기어렵다. 마지막 남은 카드가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다.

생산성을 올려 은행의 수익성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천만 다행이다. 암환자 병동에선 수술 받으러 실려 나가는 사람이 제일 부러운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도 수술이라도 할 수 있으면 희망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올리면 인건비 문제가 해결되고 수익성도 개선된다는 것을 모르는 경영자는 없다. 하지만 이 부분에 주력하고 있는 경영자도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생산성을 올리는 문제는 마치 암환자에게 생활 습관을 바꾸고 면역력을 올려 건강을 회복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말기 환자나 통증이 심한 사람에게는 안 맞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습관을 바꿔야 한다. 고령화 얘기가 나오면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지금 고려청자의 윗부분이 자연스럽게 정년퇴직하기 때문에 문제가 절로 풀린다고들 얘기한다. 정말 그럴까? 지금 젊은 직원들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 열심히 일한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앞으로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많은 직원이 필요할까? 또 지금 고참 직원들도 젊었을 때는 다 일 잘한다고 칭찬받던 꿈 많은 직원들 아니었던가. 특히 은행 직원들의 학벌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대학이든 고등학교든 다 학교에서 공부 잘해서 추천 받아 채용된 사람들이다.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국책은행이나 금융공기업은 학벌이 더 뛰어나다.

생산성을 올려 인건비,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것은 바로 이들의 자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똑똑하고 성적 좋았던 직원들이 금융기관에 입사하고 난 뒤 30년이 지난 지금,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프로페셔널이 된 것이 아니라 대표적 제너럴리스트가 된 것이다. 한 금융기관 고위층이 일반 은행 업무만 하려면 고등학교만 나와도 충분한데 괜히 대졸자를 뽑아 인건비만 많이 지출한다고 독백하는 것을 들었다. 투자은행(IB)은 대졸자들이 필요하지만 일반 상업은행(Commercial Bank)에서는 매뉴얼대로 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금융기관 경영자들은 바로 이 대목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왜 똑똑한 사람들이 금융기관에 들어와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는데도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람이 돼 노후 고민 때문에 밤잠을 설치게 된 것일까. 이들이 예전 학창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고 동기생들보다 성적이 좋은 것에 뿌듯함을 맛보게 해 줄 수는 없는 것인가. 그렇다. 학창시절의 성공체험이 있는 이들에게 내적 동기만 부여할 수 있다면, 스스로 자기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하도록 금융기관이 도와 줄수만 있다면 이들이 단지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거리에서 찬바람 맞을 일은 없을 것이다.

이들을 단순 사무직으로 만들어서 부가가치 낮은 업무만 시킨다든지, 이들이 입사 후에 자기가 회사에서 이뤄야 할 꿈이 정년퇴직이라는 소리를 공공히 하게 만든다든지, 순환보직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을 제너럴리스트로 만들어 버린다든지, 열심히 하나 대충 하나 월급도 같고 진급도 같게 한다든지, 해외 지점 나가서 하는 중요한 일이 출장 나온 사람들 응대하는 것이라든지, 잘하려고 한 일을 매뉴얼대로 안 했다고 징계해서 다시는 색다른 생각을 못하게 한다든지, 창의성을 발휘하면 위험한 인물 취급한다든지 하면 이들이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겠는가.

전체적인 분위기와 문화가 그렇게 자동화된 연탄공장 같이 돼 있는데 어떻게 개인이 튀려는 노력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제도적으로 직원들 각자가 자기개발을 함으로써 자기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모든 인사제도는 장단점이 있다. 제도만 갖고 문제를 풀 수는 없다. 금융기관의 노력만으로 직원들의 생산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인사제도도 본인의 자발적인 노력과 지속적 헌신을 기반으로 꽃피울 수 있다. 경영자들은 생산성문제를 직시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대책을 수립해 지속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 직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이 어떻고하는 소리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자기 미래를 위해 남들보다 더 피나는 자기개발의 노력을 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지금 금융기관의 젊은 일꾼이라 한다면 뒷자리에 앉아 투명인간 취급 받는 선배들의 모습이 바로 나의 미래모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마도 그들 스스로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젊었을 때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지 않은 업보가 아니겠는가. 금융기관 내부적으로 고령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고임금에 비해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임금 수준에 걸맞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나이든 것이 개인적이나 사회적으로 축복이 될 수 있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