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이 향후 5년간 연평균 약 2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기술 개발과 신차 출시 및 생산 능력 확대에 뭉칫돈을 쏟아부어 경쟁사를 확실히 제압하겠다는 ‘초격차(超格差)’ 전략이다. 이에 반해 현대·기아차는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에 연간 5조원 수준을 집행하고 있어 선두 업체와의 판매 및 기술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은 최근 성명을 통해 향후 5년간 856억유로(약 118조33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폴크스바겐그룹의 투자 계획은 신모델 출시와 연구개발 강화, 글로벌 공장 증설 등을 망라한다.
연평균 투자액은 171억유로로 최근 5년간 평균 투자액(168억유로)에서 소폭 늘어났다. 하지만 폴크스바겐그룹의 투자 규모는 전 세계 기업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 합작법인을 통해 집행하는 현지 공장 증설 투자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 규모는 1076억유로까지 대폭 늘어난다.
빈터콘 회장은 “늘어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신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폴크스바겐그룹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의 대규모 투자는 당초 예상보다 4년이나 빠르게 연간 1000만대 판매를 넘어서는 등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까지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등의 계열 브랜드가 100종이 넘는 신차를 선보이는 등 규모의 경쟁력을 지속 확장하는 추세다.
이에 반해 현대·기아차의 투자 규모는 한참 못 미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규모는 5조5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차가 연구개발에 1조8000억원, 시설투자에 1조5000억원을 집행했으며, 기아차는 각각 1조2000억원과 1조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폴크스바겐그룹 투자액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현대·기아차도 2020년까지 연비 25% 향상 및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에 적극 나서면서 연구개발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폴크스바겐과의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적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그룹이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통해 성능이 향상된 신차를 대규모로 출시하고,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며 “올해 800만대 판매를 넘어서는 현대·기아차도 선두 업체와의 본격적인 규모의 경쟁을 위해 연구개발과 해외 공장 투자를 확대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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