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3년 만에 정보통신(ICT) 최강국 지위를 덴마크에 내줬다. 인터넷에서 국내 콘텐츠만 활용한다는 점과 이동전화 가입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 ICT 인프라를 유지하면서도 통신비는 세계적으로도 저렴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25일 발간한 ‘정보사회 측정 보고서 2014(MIS 2014)’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발달지수(IDI) 2013’ 조사에서 덴마크에 1위 자리를 내주며 2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이 조사에서 1위를 내준 것은 2010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ICT 접근성과 이용도, 활용능력으로 구성된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활용능력(2위)과 이용도(3위)에선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나 접근성(8위)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지표별로는 인터넷 접속가구 비율(1위), 고등교육기관 총취학률(2위), 인구 100명당 유선전화회선 수(3위), 인구 100명당 유·무선 초고속 인터넷 가입건수(6·9위)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반면에 인터넷 이용자 대비 국제인터넷대역폭(82위)과 인구 100명당 이동전화 가입자(79위), 중등교육기관 총취학률(51위), 컴퓨터 보유 가구 비율(28위) 등이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를 보였다.
정부는 순위가 낮은 지표에 대해 국가별 사정이 반영되지 않은 측정 기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국제인터넷 대역폭은 국내보다 해외 인터넷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는 영어권 국가에 유리하다. 덴마크(26만1221bit/s)는 이 수치가 우리나라(3만306bit/s)보다 9배 가까이 높다.
인구 100명당 이동전화 가입자 역시 후불요금제를 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선불요금제를 포함하는 외국에서 가입자가 많게 측정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휴대폰을 두 대 이상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소득수준에 비해 이동통신비용 지출이 세계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GNI·2만5920달러)에서 연간 평균 이동통신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0.86%로, 전체 166개 국가 중 33위를 차지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측정 지표가 영어권 국가에 유리하게 구성돼 우리나라의 압도적 ICT 수준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 같다”면서 “나중에 총점이 보정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