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CT 활용·품격 모두 실질적 1위 되찾아야

우리나라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2013년 ICT 발달지수(IDI) 조사에서 4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굳건히 지켜오던 자리에서 2위로 밀려난 것에 새로 도입한 평가 방법과 서구에 유리한 조건들이 작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법과 조건도 가만히 들어다보면 우리가 새기고 뜯어봐야할 대목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번 1위 탈락엔 세계 82위에 그친 ‘인터넷 이용자 대비 국제인터넷대역폭’ 지표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들이 소위 말하는 국경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활동 무대를 넓히지 못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늘 지적된 ‘우물안 개구리’ 인터넷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검색, 게임, 전자상거래 등 각 부문에서 이미 글로벌을 장악한 기업에 1위를 내주지 않고 독자적인 채널을 확보한 몇 안 되는 국가에 이름을 올렸지만 결국 우리끼리만 즐긴 문화에 자족하는 형국이 고착됐다는 방증이다.

이러다보니 해외에서 널리 통하는 혁신적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모델도 유독 한국시장에선 잘 안착하지 못하고 외면을 받는다. 역으로 우리가 세계 처음으로, 독자적으로 만들었으면서도 이를 ‘세계의 것’으로 확장시키는 동력도 현저히 떨어진다. ‘인터넷 이용자 대비 국제인터넷대역폭’ 지표가 2위 추락의 원인이라고 위안을 삼지만 어찌보면 우리 현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로 마땅해 보인다.

인터넷·모바일의 역기능에 대한 자기 성찰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넷·모바일 개인별 사용시간, 연령별 사용자 분포 등은 세계적으로 뛰어날지 몰라도 이면에 감춰진 과몰입과 익명성에 숨은 명예 훼손, ‘리터러시’(읽고 쓰고 이해하는 능력) 파괴와 같은 부작용은 우리 인터넷·모바일 품격을 계속해서 떨어뜨린다.

순위에 큰 의미를 달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다음에 1위에 오를 땐 이같은 글로벌적 활용문화, 책임감에 기반한 이용 품격까지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왕좌의 영예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