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창조경제, 기초과학 토양부터 다져야

[ET단상]창조경제, 기초과학 토양부터 다져야

최근 유럽우주국(ESA)은 태양계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혜성을 탐사하기 위한 로제타호의 탐사로봇 필래(Phillae)가 사상 최초로 목성 부근의 67P/추류코프-게라 혜성 표면에 착륙했다고 발표했다. 2004년 발사한 무인 우주선 로제타호는 10년여 동안 65억㎞를 비행한 끝에 혜성 표면을 직접 분석하는 역사적인 도전에 나섰다.

로제타호는 고대 이집트 문명의 열쇠를 제공한 로제타석(石)에서 따온 명칭에 걸맞게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행성들의 생성에 대한 신비를 풀겠다는 임무를 갖고 인류 최초로 혜성 표면을 탐사하고 있다.

우주탐사 역사상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번 혜성탐사에는 총 13억유로(약 1조8000억원)가 소요됐으며, 준비와 항해에만 꼬박 20년이 걸렸다.

실질적으로 막대한 예산 투자와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내심을 요하는 천문우주과학의 특성상 로제타호와 같은 성과를 얻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진국들은 이러한 막대한 예산투자 및 성과의 불확실성이라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태양계 탐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태양계 기원이나 외계 생명체 탐색 등 인류가 가진 근원적 지적 호기심이 우선적인 동인이지만, 우주 자원 이용뿐 아니라 향후 우주영토 선점 등 우주 탐사를 통한 인류의 활동영역 확대가 가진 엄청난 정치·경제적 잠재 효과, 그리고 혜성이나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인류 생존을 위한 목적도 크다. 그리고 천문우주과학을 포함한 기초과학의 연구혁신은 원천지식과 미래도전 극한기술 성과의 스핀오프를 통한 신산업 확대 고용 창출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효과도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추격형 전략으로 선진국들의 지식을 활용해 모방기술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추격형 전략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도달했으나,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원천지식을 창출해 새로운 기술·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기초과학에서 창출된 지식을 응용과학·기술로 활용하는 균형적이면서 선순환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 국가 연구개발은 창조경제 성공을 위한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이테크 기반의 혁신제품을 만들도록 산업계와 역동적인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단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분야만을 강조한 나머지, 응용기술의 근간이 되는 기초·원천 지식이나 미래도전을 위한 극한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한다면 기초과학 분야의 선진국 진입은 지연될 것이다.

창조경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끌고 가려면, 천문우주과학을 포함한 기초과학분야 연구자들이 도전적·창의적인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연구몰입 환경을 조성하고,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국가 중장기 계획 수립 시 기초과학을 우선순위에 두고, 적극적이고 일관성 있는 투자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또 부분적으로는 도적적인 고위험(High-risk) 과제를 편성해, 단기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장기적 시각으로 인내를 갖고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줘야 한다.

도전적·창의적인 기초과학을 육성하기 위해선 장기적 안목과 혁신적 해법이 필요하다.

기초과학 분야의 적극적인 육성으로 든든한 뿌리를 키워간다면, 이 과정에서 파생된 기술로 실용화·산업화가 이뤄질 것이며, 나아가 창조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인우 한국천문연구원장 iwhan@kas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