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유기체처럼 흘러왔다. 국가의 흥망성쇠가 그러했고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100년 넘는 세월 동안 버틴 기업도 있지만 30년 안에 사라지는 업체도 많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오래가는 기업을 만들고 싶은 사업가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가장 기본적인 일은 시장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적시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다. 시장을 읽는데 능한 사업가가 일확천금을 거머쥐는 건 그렇게 드문 사례는 아니다. 이들의 사례를 묶은 책이 나왔다.
아마존과 넷플릭스는 1990년대 전통산업과 신흥 산업을 접목하면서 등장했다. 아마존은 책을 인터넷에서 팔기 시작했고 넷플릭스는 비디오를 가정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출발했다. 인터넷 인프라와 물류망이 구축되지 않았다면 힘든 사업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는 이에 주목했다. 이후 e북이 등장하고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를 할만한 통신망이 구축되자 두 업체는 원래의 업을 살려 e북과 스트리밍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사업을 확대했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EV) 상용화의 첨병이다. 페이팔을 창업해 억만장자 대열에 오른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로 또한번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인공위성에 투자하는 등 언뜻 공상가처럼 보이지만 그는 어떤 분야에서건 수익을 창출하는 비법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케아는 단순한 디자인에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가구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독신자가 많은 유럽 지역의 사회적 특성을 간파한 전략으로 성공했다. 가구를 직접 만들거나 직접 조립(DIY)하는데 취미를 붙인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
최근 아마존은 중국 알리바바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고, 넷플릭스는 전통 유료방송 업계의 잇따른 스트리밍 서비스 진출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 선도자로서 엄청난 수익을 올려왔다. 테슬라 역시 성장 정체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전기차 시장의 지평을 새롭게 연 것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 몇 년간 실적도 초고속 성장했다.
1940년대 설립된 이케아를 제외하고 다른 세 기업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살아남을지, 장수할지 장담할 수는 없다. 한국 기업과 달리 이들이 큰 내수 소비시장을 끼고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짧은 기간 동안이나마 몇 번의 변신이 가능했던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새 트렌드를 살피고 그 속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 방향성을 고민하는 사업가들은 이들로부터 시장 읽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작가들은 4개 회사의 특징을 △그들은 경험을 판다 △그들은 동사다 △업계는 그들을 두려워하는데 소비자는 환영한다 △결국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 정신)이라고 한다. 언뜻 잘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들의 혁신성을 대변하는 표현으로 보인다. 위의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한 독자라면 읽어볼 법하다.
김인순, 김재연, 손재권, 엄태훈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1만 6000원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