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블랙프라이데이 유감

[기자수첩]블랙프라이데이 유감

블랙프라이데이가 연일 화제다. 이날은 미국 명절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을 말하는 것으로 상점들이 큰 폭의 할인행사를 하는 날이지만 국내 쇼핑시장의 키워드가 됐다. 과거 일부 소비자 사이에 블랙프라이데이 직구가 화제가 됐던 것이 이제는 많은 소비자에게 알려졌다.

우리 사회에 부는 블랙프라이데이 직구 열풍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국내 쇼핑 환경에 만족을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최근 G마켓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489명 중 71%가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해외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직구’를 하겠다고 답했다. 직구 경험이 아직 없다는 응답자가 74%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처음 직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열풍의 이유는 한 가지다. 가격이 국내보다 싸기 때문이다. 설문 응답자의 75%가 블랙프라이데이 직구 이유로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일부 TV는 같은 브랜드라도 비슷한 성능인 국내 모델의 절반 정도 가격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은 국내 가격이 세일을 해도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것을 인식했다.

국내 오픈마켓 등 유통 업체들은 고객을 해외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부랴부랴 할인행사에 나섰다. 일부 품목은 해외보다도 싼값에 내놨다. 나라마다 유통과정과 이윤 등이 다르겠지만 미리 국내 판매구조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이 등장했다면 이런 열풍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란 아쉬움도 남는다.

이달 국내 소비자심리지수는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해외 구매 열기만큼은 몇 년 내 최고다.

더 이상 쇼핑에 국경은 없다. 배송까지 간편해지면서 똑똑한 소비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값싼 상품을 찾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과 유통업체들이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명한 해법을 찾기 바란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