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기업끼리 힘을 합쳐야 합니다. 답은 전략적 인수합병(M&A)이 최우선입니다.”
한 팹리스 기업 대표가 내놓은 현재의 팹리스 시장에 대한 진단이다.
국내 팹리스 상위 5개사가 매출 1000억원 벽을 넘었지만 10위권 기업 실적을 보면 900억원대부터 400억원대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출산업이 반도체고, 반도체의 맨파워를 보여주는 핵심인 ‘설계’ 산업에서 1조원 매출을 내는 기업이 하나도 없는 것은 국내 팹리스의 체력이 얼마나 약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팹리스 시장에서는 수년 전부터 규모의 경제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만 미디어텍 같은 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미디어텍은 세계 반도체 시장 20위권에 드는 세계적 팹리스 기업이다. 지난 상반기에만 우리돈으로 3조753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또 중국 팹리스의 성장도 위협적이다. 스프레드트럼과 하이실리콘 등이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우리는 어떤가. 지난 2~3년간 국내 팹리스 업계는 성장 정체를 겪었다. 가격 경쟁력이 우려스럽다. 사업 품목을 다양하게 갖춰 시장 충격 여파를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사업 환경이 더 절실해졌다. 우수 인재 영입도 문제다.
해외는 이미 어보브반도체, 지니틱스 같은 회사들이 좋은 인수합병 사례를 보여줬다. 성장 정체기를 돌파하고 기업 간 윈윈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인수합병을 시도한 결과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팹리스의 합종연횡을 가로막는 장벽은 높기만 하다. 대주주 자리와 경영권을 누가 갖는지의 문제가 제일 크다. 창업주든 전문 경영인이든 회사의 역사와 규모를 고려해 최선의 인물을 배치해야 기업이 클 수 있지만 현실의 문제는 별개다.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시장이 커지며 더 중요해질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업간 통 큰 결단이 절실하다. 고급 인재를 영입하려면 그만큼 기업도 건강하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수년간 반복된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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