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계열사 이사등재율 낮아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대기업집단의 총수 일가 이사 등재 현황

재벌 총수 일가의 계열사 이사 등재 비율이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주요 그룹 회장의 잇따른 구속과 계열사 간 흡수합병에 따른 것이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14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39개 대기업집단의 소속회사 1370개사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곳은 312개사, 22.8%로 조사됐다. 책임회피형 지배구조 비난이 심했던 지난해 375개사, 26.2%에 비해 오히려 더 낮아졌다.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감소 폭은 SK가 9개사로 가장 많았고 GS·한화(각 7개사)와 CJ(5개사)도 상대적으로 많은 감소세를 보였다. SK·한화·CJ 총수에 대한 형사소송과 기존 이사 등재 회사 간 흡수합병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기업별로는 부영·세아·현대·한진중공업 등의 총수 일가 이사 등재율이 높았고, 이랜드·삼성·한화·신세계는 낮은 수준을 보였다. 총수만 놓고 보면 삼성·SK·현대중공업·한화·두산 등 12개 집단은 총수가 계열사 어느 곳에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현대·부영·롯데 등 11개 집단의 총수는 5개 이상 계열사 이사로 등재됐다.

조사 결과 대기업집단 이사회의 ‘거수기’ 식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대기업집단 상장사 238개사의 이사회 안건 5718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대로 가결되지 않은 안건은 15건에 그쳤다.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공정위는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사회가 열리기 전 사외이사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0년 46.3%에서 올해 49.6%로 높아졌다. 올해 처음 총수 있는 집단의 사외이사 비중이 그렇지 않은 집단을 웃돌았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3.0%로 전년보다 1.9%P 상승했다. 법에 규정된 요구 기준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선임된 사외이사 수도 82명으로 작년에 비해 15명 증가했다. KT·SK·두산 등 31개 집단은 법상 요구 기준 이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삼성·대림·코오롱 등 13개 집단은 최소 기준에 맞춰 사외이사진을 운영했다.

수년째 관심을 끌고 있는 전자투표제는 올해도 관심 수준에 머물렀다. 조사대상 상장사 238개사 중 단 한 곳도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집중투표제는 작년과 동일한 12개사(5%)가 도입했고, 서면투표제 도입 기업은 25개사에서 23개사로 감소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내부 견제장치 도입이 늘어나고 소수 주주의 경영감시 기능도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고 평했다. 다만 집중·서면·전자투표제 도입 및 활용이 늘어나지 않은 것은 단점으로 지적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개해 시장감시 기능을 활성화하고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재벌 총수 계열사 이사등재율 낮아져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