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과학, 이번주엔]NASA, 새로운 생명체 `GFAJ-1` 발표

2010년 12월 2일(현지시각).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중대한 발표를 예고했다. 발표를 앞두고 ‘우주생물에 대한 중대한 내용’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계인의 존재를 밝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NASA의 발표는 새로 발견한 박테리아에 관한 것이었다.

[역사속 과학, 이번주엔]NASA, 새로운 생명체 `GFAJ-1` 발표

그런데 이 박테리아는 우리가 알고 있던 단순한 박테리아가 아니었다. NASA의 우주 생물학 연구원인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와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이 발견한 ‘GFAJ-1’라는 박테리아는 지구 생물을 구성하는 6대 원소 중 하나인 인(P) 대신 독극물인 비소(As)를 이용해 살 수 있는 슈퍼 박테리아였다.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를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모노 호수에서 발견했다. 모노 호수는 비소가 너무 많아 일반적인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임에도, GFAJ-1은 비소를 먹으면서 살았다.

원자번호 33번인 비소는 비상을 구성하는 원소다. 비상은 삼산화비소로, 예로부터 사람을 독살하는 데 자주 사용된 독성물질이다. 사약에도 비상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GFAJ-1이 발견되기 전까지 생물은 독성물질을 통해 살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지금까지의 인식을 뒤엎은 발견으로 과학계에 큰 화제가 됐다.

NASA는 이 박테리아의 발견이 외계 생명체 탐사에 중요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일부 과학자들은 새로운 생명체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폈다.

NASA의 발표가 있은지 1년여가 흐른 2012년 7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당시 발표를 반박하는 논문 2편이 게재됐다. 두 논문 모두 GFAJ-1이 비소만으로는 살 수 없고, 최소한의 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NASA 연구팀의 실험 배양액에 인산염 오염물이 포함되는 오류가 있었다는 내용도 밝혔다.

한편 GFAJ-1라는 이름은 당시 임시 연구원이던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가 ‘펠리사에게 일자리를 달라(Give Felisa a Job)’는 자신의 희망을 담아 명명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