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EU의회, 결의는 했는데... 묘수는 없다

[이슈분석]EU의회, 결의는 했는데... 묘수는 없다

EU 의회가 구글을 검색 서비스와 나머지 부문으로 분리하는 안을 통과시켰지만 실제로 실행여부는 미지수다. 구글이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재 방법이 없고,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측은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반독점법 등 사법적 제재가 필요한 사안을 정치적으로 푼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가디언은 분리안 가결 후 EC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유럽의회는 서비스를 분리하도록 명령할 직접적인 권한이 없어 EC를 압박할 수 있을 뿐이다.

EC가 해야 하는 역할을 의회가 나서서 했다는데 대한 반발이 먼저 나왔다. 앤드류 안시프 EC부의장은 “우리는 반독점 행위에 대해 신중하게 조사해 왔다”며 “게이트키퍼 권한을 남용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마리오 마리닐레오 전 반독점조사위원은 “정치인들이 극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중한 판단이 아닌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요아킨 알무니아 EC 반독점조사위원장은 “이 이슈에 대해 신중하게 조사해 왔고, 많은 이해관계자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며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 내에서도 즉각 이같은 반론이 나오는 이유는 구글이 가진 사회·경제적 영향력과 효용, 구글에 대항할만한 인터넷 검색서비스가 딱히 없다는 점 등 복합적인 이슈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현재 EU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의는 대부분 미국 IT기업들을 규제하는 방안이다.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논의 외에 콘텐츠 이용료를 부과하는 ‘구글세’, 애플에 대한 탈세 분쟁 등은 유럽 내 미국 기업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거나 제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잊혀질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나 개별 국가별 벌금 부과 등도 마찬가지 차원이다.

지난 2011년에는 EU법집행추진회의에서 유럽 내 폐쇄적 인터넷 통신망 정책 ‘쉥겐 클라우드’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가 불법적으로 해외 정부를 감시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온 뒤 유럽과 타 지역의 통신망을 분리하는 가상 방화벽을 구축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 역시 단순히 진입을 막는 차단 정책일뿐이다.

문제는 유럽 산업·기업 보호 논리와 사용자 편의성을 비교할 때 생긴다. 구글 지도 때문에 유럽 내 지도·내비게이션 업계는 고사 직전으로 몰리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통신망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보호주의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반면 사용자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대체할만한 서비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검색 시장 분야에서 구글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60%대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구글이 검색 시장 90%, 광고시장 80%를 점유한다. 구글 영향력이 강력해 경쟁사가 클 수 없는 상황인지, 유럽 내 자생적인 검색서비스 업체가 없어 구글이 이 시장을 장악한 것인지도 이제는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이 상황에서 구글을 지지하는 사용자들도 상당수다. 윌러드 폭스톤 텔레그래프 기자는 “구글은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었다”며 “유럽의회보다 구글이 낫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