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의회의 이번 결의안 통과는 유럽에서 미국 IT 세력의 영향력이 큰 데 따른 위기감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이번 판결의 배경과 이후 미국, 유럽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결의안이 통과된 뒤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제리 브라운 주지사 등은 이번 표결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연방무역통상위원회도 결의안이 EU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선과제로 추진 중인 범대서양 무역협정(trans-Atlantic trade pact)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는 이번 표결이 법적 효력이 없어 실제 구글의 분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향후 유럽과 미국의 줄다리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U 의회 등에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로비가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프랑스와 독일 출판업계 등은 미국 IT 기업을 견제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른 기업을 향한 결의안이나 제재조치 등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유럽 내 점유율이 높은 기업이라면 어디든 가능하다.
EC는 이미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부당하게 세금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밖에도 스타벅스, 아마존 등에 대해서도 탈세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결의안 상정 역시 EU 의회에 대한 로비 활동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결의안이 독일 출판 업계 등의 로비로 상정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U 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안드레아스 슈밥 독일 의원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독일 법률회사 CMS 하세 시글(Hasche Sigle)의 고문을 겸임하고 있다. 입법의원으로서 법률회사에서 겸직이 금지된 미국과 달리 유럽은 그 사실을 공개하기만 하면 된다.
CMS 하세 시글은 구글과 저작권 다툼을 하고 현재 반독점조사도 지지하고 있는 독일 잡지 출판협회를 고객으로 둔 회사다. 슈밥 의원이 표결 상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CMS 하세 시글의 올레 야니 파트너는 의혹을 부인하며 “슈밥 의원을 한두 번 본 게 전부이고 이번 결의안이나 저작권 관련 입법 등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연관성을 떠나서도 업계는 앞으로 구글과 같이 집중 견제를 받는 다른 IT 기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에 수십억달러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하고 현재 구글로 이어진 EU의 칼날은 다른 곳으로도 향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