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기업메시징 시장, 품질·서비스 중심으로 변화 예상

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와 KT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5년간 회계를 분리·보고하도록 조치하면서 기업메시징 시장에서 통신사들의 이윤압착 행위를 인정했다. 대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사업을 방해했다는 중소 업계의 의견을 사실상 반영한 결정이다. 연초 대통령 업무보고 때 내비췄던 시정 의지가 그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번 판결로 향후 기업 메시징 시장이 가격이 아닌 품질과 서비스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통신사와 중소기업 모두 이번 판결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통신사는 공정위의 최종 의결서를 살펴보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의 고려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는 모바일 메신저 업체가 기업메시징 시장에 진출하면서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의 진출로 향후 시장 가격이 더 낮아질 게 뻔한 데 이런 상황은 반영하지 않고 통신사의 불공정 행위를 판결하는 것은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5년간 회계를 분리해 결과와 실제 기업메시징 서비스 거래내역을 공정위에 보고토록 한 것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고객들이 통신사를 선택한 것은 안정성과 서비스 만족도 때문인데 마치 가격 인하가 핵심 요인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아쉽다고 강조했다.

과징금 부과는 일회성에 그치기 때문에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중소기업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중소 업계는 중소기업과 통신사 서비스 가격에 차등을 두거나 통신사 기업메시징 서비스 분리, 계열사 이관, 사업 철수 등을 요구했다.

중소업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궁극적으로 희망했던 것은 기업메시징 시장이 중소기업의 영역으로 남는 것”이라며 “통신사는 망을 빌려주고 중소업체가 메시징 사업을 하는 게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길인데 반영이 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중소 업계는 과징금이 부과된 것 자체는 대기업의 잘못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것이라며 위안을 삼았다. 5년간 회계 분리와 보고에 대해서는 당장 중소 업계에 이익이 될지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질지, 통신사의 저가 영업을 막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징계로 기업 메시징 시장에 급작스런 변화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회계 보고를 통해 통신사가 원가 이하 영업을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서비스 품질과 안정성이 경쟁 무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기업 메시징 시장이 가격보다는 서비스 차별화에 의해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통신사와 중소업계 시장점유율 변화(%)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통신사와 중소업계 시장점유율 변화(%)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