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시행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초기 나타난 요금 효과와 더불어, 최근에는 본격적으로 단말 출고가 인하 경쟁이 촉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저가폰뿐 아니라 소비자가 선호하는 프리미엄폰도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 이상 출고가를 내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출고가 인하 경쟁이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단통법 개정 과 실효성 논의에 시사하는 바 크다.
시간이 지나면서, 단통법으로 인해 비차별적이고 과도한 보조금 경쟁이 방지되고 단말기 구매가격이 인하되는 시장 변화가 구체화되고 있다.
단통법은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에 존재하는 상반된 두 개의 커다란 힘이 균형을 찾아가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 가격 결정을 시장에만 맡기게 되면 천차만별의 차별적 보조금에 따라 가격 차별이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
한편으로는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스마트폰 가격 형평성에 대한 요구 또한 강하다.
차별적 보조금 지급이 불가피한 것은 프린터와 토너, 면도기와 면도날처럼 스마트폰 구매와 통신사의 서비스 수익이 밀접히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차별적인 서비스가 부가되지 않는 냉장고 등과 같은 내구재와 달리, 스마트폰 이용자는 이용자별로 차별화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므로 단말기 가격이 차별적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예상 가입자당 매출액과 고객 특성에 따른 부가수익 가능성 등을 고려해 보조금이 다르게 설정되므로 단말기 구입 가격은 이용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행에 민감한 일부 우리나라 소비자는 최신 프리미엄폰의 보조금을 위해 요금, 부가서비스 등을 희생할 용의가 큰 경향이 있는 점도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에 국민의 보편적 요구는 시장의 이러한 메커니즘과 상반된다. 스마트폰 구매에서 ‘호갱님’이 되고 싶은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같은 단말기를 구매하더라도 시간·장소에 따라 극심한 가격 차이가 발생했던 게 단통법 시행 이전의 일상적 모습이었다.
따라서 단통법을 통해 일정 범위 내에서 보조금 차등과 상한을 제한해 차별적 보조금 지급을 방지한 것은 단말가격 왜곡을 방지하고,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서비스·요금 혜택 경쟁과 출고가 인하 경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6 대란 사태를 촉발한 과도한 리베이트 경쟁은 단통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리베이트 경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선 대리점에 지급되는 리베이트 액수를 매 회계연도마다 검증 후 통신사 간 비교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공개된 리베이트 액수가 과도하면, 이를 규제함으로써 단통법의 미비점을 적절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은 조급함을 참고 조령모개(朝令暮改) 식 논의를 자제할 때다.
단통법 시행 효과를 좀 더 차분히 지켜본 후 객관적 결과를 토대로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할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기탁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zenfire@sungsh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