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로 내놓은 지역발전 5개년 계획은 정책의 무게중심이 중앙정부에서 주민·지방자치단체로, 개발 위주에서 주민 삶의 질 개선으로 옮겨간 것이 특징이다. 지역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정책 실효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정부 바람대로 실제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실행·관리체계 개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개선
정부는 지난 7월 ‘지역희망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행복생활권과 삶의 질 중심의 지역 발전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중앙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주민과 지자체가 앞장서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7개 광역경제권이 아닌 56개 지역행복생활권으로 정책 단위를 세분화하는 것이 골자다.
2일 공개된 지역발전 5개년 계획은 박근혜정부의 첫 지역발전 실행 계획이자, 지역 발전 패러다임 변화를 담은 첫 정책이다. 2004년과 2009년 두 차례 집행된 지역발전계획이 혁신·기업도시 건설과 5+2 광역경제권 산업 육성을 향했다면 새 계획은 일방적인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 실제 주민에 필요한 산업과 생활 기반을 강화하는 것을 지향했다.
김성진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정책관은 “과거 개발 위주의 지역발전정책과 달리 지역 주도로 주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총 생산액 286조원 증가 기대
정부는 지역 주민의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구체 목표치를 정책에 담았다. 지역 경제 활력 제고 차원에서는 일자리 22만개를 신규 창출하고, 286조원에 이르는 총생산액 증가를 목표로 제시했다. 각 시도가 대표산업을 선정하면 정부는 15개 특화발전 프로젝트, 16개 경제협력권사업, 63개 주력산업지원사업 등으로 해당 산업 육성을 지원한다.
지역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비수도권 미니 외투지역을 현재 2곳에서 2018년 10곳 이상으로 늘리고, 5개 지역개발제도를 통합한 투자선도지구를 신설한다. 5년 내 14곳이 신설될 투자선도지구에는 규제특례, 세제감면, 인허가 원스톱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지역 기반 연구개발(R&D)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7년까지 연구개발특구 내 연구소기업 100개를 육성하고, 산학연 공동 연구법인도 현 5개사에서 20개사로 확대한다.
◇패러다임 맞춰 추진체계도 개편돼야
지역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실행·관리 체제 개편이 요구된다. 지역이 주도하는 형태로 전환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일시에 상향식 추진체계가 구축되기는 쉽지 않다. 자칫 무늬만 상향식일 뿐 중앙정부가 계속 권한을 가져갈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정책이 지역주민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지만 실제 체감도를 계량화하기 힘든 만큼 정책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정부는 지역 행복생활권 활성화 차원에서 기초 생활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이 경우 얼마나 많은 지역주민이 실감할 수 있을지가 정책 성공의 관건으로 꼽힌다. 광역경제권이 아닌 지역생활권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면 개별 지역 체감도는 높아질 수 있지만 그만큼 정책 수혜 범위는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정책 패러다임 변화 아래 지역 사업의 거버넌스 시스템도 함께 개편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