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온라인·모바일 기업 텐센트가 하나금융그룹과 손잡고 한국 금융시장 진출을 추진한다고 한다. 송금·결제 사업을 넘어 기업 금융까지 망라한 중장기 사업 협력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페이에 이은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금융 자본의 유입이 본격화한 모양새다. 세상은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데 우리나라 금융+ICT 융합 행보는 더디기만 하다.
뱅크월넷카카오와 카카오페이로 이제야 ICT 기반 송금·결제 사업 시작 단계에 들어간 우리나라다. 자산 관리와 기업 대출까지 웬만한 금융 사업을 모두 수행하는 미국, 중국 ICT기업과 비교된다. 외국은 그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까지 창출하는데 우리나라는 낡은 금융 규제 틀에 갇혀 좀처럼 융합시장을 창출하지 못한다.
크라우드 펀딩이 대표적이다. 콘텐츠 제작을 비롯한 개인 프로젝트를 온라인에 올리면 불특정 투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줘 성사시키는 새로운 투자 생태계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북돋는 참여의 장으로 몇 년 전부터 미국 등지에서 인기를 끈다. 우리나라 사이트도 등장했지만 외국처럼 활발하지 않다. 크라우드 펀딩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자고 지난해 6월 국회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금까지 보류상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일 코넥스시장 추진상황을 점검한 자리에서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칼자루를 쥔 국회에서 이 개정안을 시급하게 처리할 법안으로 여기지 않는다. 법을 개정해도 투자한도, 환매금지 제한 등과 같은 숨은 규제로 인해 활성화를 담보할 수 없다.
우리가 주춤하면서 외국과의 금융+ICT 융합 격차는 더욱 벌어질 판이다. 궁극적으로 국내 금융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국내 금융권도 새로운 기술과 금융 변화에 대응하려면 어느 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이 갈수록 짧아질 수밖에 없다.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기 전에 자본시장법 개정을 시작으로 규제를 서둘러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