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코닝에 광소재 사업 매각...비주력 사업 재편 가속

삼성전자가 미국 코닝에 광소재 사업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비주력 사업 정리 작업에 속도를 냈다. 비주력 사업을 털고 스마트폰·반도체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 등 계열사 및 삼성전자 광소재 사업 매각에 이은 추가 빅딜이 뒤따를지 주목된다.

2일 삼성전자와 코닝은 광섬유·광케이블 등을 생산하는 구미 소재공장 등 삼성전자 광소재 사업과 중국 하이난 생산법인(SEHF) 등을 코닝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모든 사업부 및 생산시설은 코닝 광통신 사업부로 통합된다. 매각 작업은 관련 인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 1분기 안에 마무리된다. 양사 간 합의에 따라 구체적인 매각 조건, 금액 등 상세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 광소재 사업은 IT모바일(IM)부문에 소속된 팀 단위 규모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당초 자회사 삼성광통신을 흡수합병하면서 광소재 사업을 가져왔지만, 성장에 한계를 보이면서 새로운 먹거리 사업군에서 차츰 밀려났다. 상무급 사업팀장을 포함한 인력 모두 코닝으로 고용승계된다.

한 때 삼성그룹은 광통신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상당한 물적·인적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코닝 등 글로벌 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리잡는게 녹록하지 않았다. 소재 사업에 맞는 인력·조직 문화를 갖추지 못한 것도 약점으로 드러났다. 소재 사업은 특성상 오랜 기간 연구개발(R&D)과 투자가 필요한 데 삼성그룹 조직 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삼성 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은 진득한 인내심보다는 속도에 최적화된 기업”이라며 “소재 사업을 벌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코닝은 올해 초 삼성코닝정밀소재(현 코닝정밀소재)의 지분을 100% 취득했고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치한다고 밝히는 등 삼성전자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도 코닝을 지렛대로 활용해 차세대 성장 동력 일환으로 소재 사업에 다시 한 번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는 삼성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 아래서 삼성그룹이 비주력 전자 계열사 매각에 이어 삼성전자 비주력 사업까지 매각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세트 사업과 부품 사업 분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IM·CE·DS 세 축을 중심으로 같은 듯 다른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내부 경쟁체제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일부 영역에서 비효율성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성장이 둔화되면서 삼성전자 DS부문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사업 전반이 취약해진 게 대표적이다. 특히 방대해진 사업 영역은 새로운 그룹 경영 기조를 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정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광소재 사업 등 비주력 사업을 떼어낸 것도 삼성전자 분리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분리 과정에서 오너 일가들의 지분 조정 및 정리 작업도 진행될 수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모바일솔루션센터(MSC)를 삼성전자에서 그룹으로 이관한 것도 삼성SDS에 붙이기 위한 사전 조치일 수 있다”며 “삼성전자 재편 작업 과정이 진행되면서 삼성그룹의 새로운 경영구도가 빠르게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