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로에 놓인 팬택을 살리기 위해 유통인들이 나섰다. 팬택 재고 현금 구입으로 운영자금 부족에 허덕이는 팬택의 숨통을 트여 주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팬택이 판매한 제품 8만9000대 중 유통인들이 매입한 수량이 절반인 4만5000대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150억원 규모로 팬택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며 한 달 이상을 버틸 수 있는 규모다. 유통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달 팬택 제품 2만여대를 추가로 현금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금액으로는 70억원에 이른다. 이통사들이 재고를 이유로 팬택 제품 구매를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유통망이 팬택이 당장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는 셈이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어려운 입장에 놓인 팬택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제품 구매는 팬택의 운영자금 마련을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유통인들은 팬택과 팬택 계열사에서 받아야할 채권이 이미 수백억원 있는 상황이다. 최근 ‘베가아이언2’가 출고가 파격 인하로 인기를 끄는 이면에도 유통인들의 고통 분담 노력이 있다. 보통 제조사가 출고가를 내리면, 내린 만큼 차액을 이미 제품을 구매한 통신사나 유통망에게 보상한다. 하지만 이번 출고가 인하는 당장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팬택 보상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존 출고가로 ‘베가아이언2’를 구매한 유통망들 역시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팬택의 보상금 마련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 이 이사는 “보상은 차후 문제”라며 “팬택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유통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통인들의 이런 팬택 살리기 노력은 20여 년간 함께 휴대폰 생태계를 만들어온 파트너의 회생을 바라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시장 약자인 중소 상인처럼 제조 분야 약자인 팬택에 대한 동병상련 정서도 있다. 이 이사는 “팬택이 결과적으로 청산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선 더 이상 제조벤처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라며 “팬택이 시장에서 경쟁하며 다양한 단말기를 공급하는 것이 유통인은 물론 소비자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도 좋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